은행, 50조원 범위 안에서 ELT 판매 계속 가능

은행 판매 고위험상품 중 90% 이상인 상품

금융입력 :2019/12/12 12:56

금융위원회가 은행업계의 요구에 한 발 물러섰다.

금융위는 은행권이 지난 11월 14일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 반발하면서 고위험군(고난도)에 포함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11월말 잔액 규모를 유지하는 조건과 기초자산의 종류 등을 한정하는 범위 내에서 주가연계신탁를 은행이 판매할 수 있도록 방침을 수정했다.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이 최종 발표됐다. 이날 발표안의 최대 화두는 은행권이 ELT를 판매할 수 있느냐 여부로, 금융위는 일부 제한 요건을 갖추고 판매 규제 강화를 준수하는 테두리 안에서 ELT 판매를 허용했다.

은행이 팔 수 있는 ELT는 기초자산이 주가 지수이며 공모로 발행돼야 한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도 5개로 한정됐다. ▲코스피 200 ▲S&P 500 ▲유로스탁스 50 ▲HSCEI ▲닛케이 225이다. 손실 배수도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DLS)를 편입한 ELT여야만 한다. 예를 들어 유로스탁스 5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T라면, 유로스탁스 50이 10% 하락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10%로 매칭돼야 하는 것이다.

판매할 수 있는 금액도 올해 11월말 잔액 이내로 제한된다. 11월말 은행의 ELT 판매 금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5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50조원(추정 치)이상 ELT를 판매할 수 없다. 기존 ELT 보유자가 상환해, 11월말 기준보다 판매액이 줄어들면 그 부분만큼만 ELT를 팔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서 12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불완전판매한 'DLF'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항의하는 투자자.(사진=지디넷코리아)

금융위 손영채 자본시장과장은 "은행마다 판매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할 수 있는 ELT 금액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고난도 상품에 포함되지만 ELT 판매를 허용한 만큼 관리·감독, 판매 규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신탁 편입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 규제를 엄격히 적용한다. 신탁에 편입되는 상품에 대한 투자설명서도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한다. 은행권도 영업점 직원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을 포함한 자율 규제를 내놓기로 뜻을 모았다.

이밖에 2020년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 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테마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위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은행권이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전제로 기존에 이미 판매한 대표적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 상품에 한해 허용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감독·검사를 하고 판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제안을 은행권이 수용했으며 투자자, 소비자의 접근성과 용이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이번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신탁은 펀드와 다르게 운용과 신탁권이 고객에게 있다. 실상 1:1로 운용되는 상품인데 현실선 펀드처럼 판매되고 운용된다"며 "ELT 판매를 수용하면서도 은행이 신탁 판매를 얼마나 제대로 원칙을 지킬 것인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금융위의 방침은 사실상 은행권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투자상품 중 대부분이 ELT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 주가연계증권 상품 중 ELT 판매 비중은 9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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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해 11월말까지 ELT를 많이 팔아놓은 은행은, 팔 수 있는 총량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 간 역차별 요소가 될 여지도 있다.

손영채 과장은 "이번 DLF 사태의 경우 레버리지가 너무 심한 상품을 팔았다는 것이 문제였다"며 "(11월 대책은)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이동시킬 여지가 있어 사모판매 금지로 막아놓고 업계 얘기를 수렴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도 통과됐으며 은행들도 ELT가 아닌 공모형태의 위험도가 적은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