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주된 비이자수익 창출 상품인 고난도 신탁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은행연합회 김태영 회장은 은행의 '겸업주의' 강화를 내세웠다.
사실상 금융당국 방침이 옳지 않다는 의견을 애둘러 반박한 것이다.
12일 금융위원회가 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발표, 국내 은행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의 의견이 일부 수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2층에서 열린 은행연합회·금융연구원·금융연수원·국제금융센터·신용정보원 5개 기관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은행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며 "국내 경제 성장이 정체돼 감에 따라 금융사 수익 기반도 약화되고 있어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김 회장은 은행 자체 노력도 필요하지만 복합점포 관련 규제 완화와 유니버설 뱅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증권 공간과 보험 공간의 별도 출입문을 사용하고 복합점포 내 은행·증권 공간서 보험사 직원의 보험 모집을 금지하는 복합점포 규제를 풀어 활성화 해야 한다"며 "유니버설 뱅킹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해 업권 간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은행이 수신과 여신 등 고유업무만 하는 '전업주의'를 지지하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발표되자, 은행연합회 측은 전업주의가 아닌 금융투자상품 등도 팔 수 있는 겸업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영 회장은 수년 간 지속됐던 신탁업법 제정까지 거론, 은행의 겸업주의가 흔들려서 안 됨을 애둘러 표현했다. 김 회장은 "초저금리와 고령화, 저출산 등 '뉴 노멀' 시대에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면서 "신탁업법 제정과 신탁재산에 대한 포괄주의 방식 등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탁업법을 제정해 7개로 나열된 신탁재산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서는 금전 신탁만이 아닌 보험이나 연금 청구권 등 다양한 자산을 신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양한 자산을 신탁한다는 점 역시 은행 전업주의와 배치되는 부분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이상인 상품의 공모 상품 판매가 어렵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가 지수와 연계한 주가지주연동신탁(ELT)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은행이 판매한 ELT 잔액은 44조9천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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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만큼은 아니지만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나 펀드보다 ELT 판매가 크다"며 "비이자익과 수익성과 연계됐기 때문에 이런 공모 ELT 만큼은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과 원금 손실 여부는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태영 회장은 다만 최근 DLF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송구스럽다"면서 "금융당국 대책 발표 이수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은행권의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12일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