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내년도 스마트폰 출하량을 확대,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차기 위한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미국의 무역 제재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타이완타임스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올해보다 20% 증가한 3억대로 정하고 부품 공급사에 부품 물량을 충분하게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또 화웨이는 전체 5G 스마트폰 물량을 폭스콘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최근 폭스콘에 내년 스마트폰 5천만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줄 것을 요청했고, 내년에는 해당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현지 외신은 전망했다.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에는 1위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를 넘어섰지만, 지난해에는 2억9천만대(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수준에 머물렀다.
화웨이는 지난해 삼성전자보다 1억대 가량 적은 2억대 초반 수준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2분기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안방인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예년 못지 않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탈(脫) 미국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BS와 일본 기술연구소인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스가 화웨이의 올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 메이트30을 분해한 결과 미국산 반도체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메이트30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애플의 아이폰11에 견주는 제품이다.
메이트30의 경우 오디오 반도체는 시러스 로직에서 네덜란드 NXP 반도체로, 중계탑에 연결하는 반도체는 화웨이 산하의 하이실리콘 제품으로 교체됐다. 5월 이후에 출시한 화웨이의 Y9 프라임 등 일부 모델도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새롭게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내년에도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점유율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내부적으로 미국산 부품을 배제하기 위한 '샤오A(消A)' 플랜을 가동했다. 샤오A에서 A는 미국을, 샤오(消)는 중국어로 '배제하다'를 뜻한다.
다만 해외 시장에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여전히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화웨이모바일서비스(HMS)로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에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 서비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대상 기업 목록에 포함시킨 데 이어 5G 시장에서도 화웨이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유럽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와의 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보통신 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 경고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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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그들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나 ZTE와 같은 중국의 '기술 거인'들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웨이를 저격했다.
동시에 그는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언급해 '반(反)화웨이' 공동전선 구축에도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