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G 시대 맞춰 변화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전문가 칼럼입력 :2019/11/29 10:36    수정: 2020/06/26 21:16

신화은 리모트몬스터 사업개발 이사

10여년 전에 '누구나, 어디서든, 무엇으로든 방송할 수 있다'를 구호로 내세운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개인 방송,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시작됐다. 특히 '아프리카TV'는 별풍선, BJ 등 다양한 트렌드를 만들며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의 1세대로 각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라이브 스트리밍의 예로 아프리카TV를 먼저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미 구세대 사람이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더욱 다양한 재미 요소를 갖춘 2세대 방송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1세대와 2세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1인 방송이 더욱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단순 방송으로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해졌다. 두 명의 BJ들이 함께하는 합동방송(일명 '합방')이나, 시청자를 방송에 초대하거나 혹은 다 같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BJ의 해설을 듣는 유형의 방송이 유행하고 있다. 방송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스트리머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1세대 방송에서는 채팅이나 별풍선으로 소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시청자들이 퀴즈를 풀고 투표도 하고 같이 게임을 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처럼 시청자와 스트리머가 여러 방면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근본 변화 중 하나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토콜을 꼽을 수 있다. 기존 'RTMP' 프로토콜은 실시간 영상을 전송할 때 파일을 쪼개고 다른 화질로 변환시키는 트랜스코딩 과정을 필요로 했다. 이 과정에 10초~20초가량의 지연시간(레이턴시)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WebRTC 기술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영상을 그대로 전송한다. 덕분에 지연시간을 1초 미만으로 과감하게 줄일 수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사용한 서비스에 필수 활용이 권장될 정도다.

이런 WebRTC 프로토콜은 수년 전부터 표준화돼 본격 확산기를 맞았다. WebRTC를 활용한 서비스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 독서실보다 더 효과 좋은 라이브 스트리밍 독서실

혼자서 공부를 하는 내 모습을 촬영해서 실시간 생중계한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는 것에 익숙해진 10대들에게는 독서실에 가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다. 유튜브에 "Study With Me"을 검색하면 몇백 개가 넘는 스트리머들이 실시간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예비 고3, 공무원 시험 준비생, 혹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혹은 책상만 보이게 하여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시청자들도 함께 채팅창에서 '출석 체크'를 하고 점심과 저녁 휴식 시간을 알리면서 다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 트렌드는 유튜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라이브 독서실 서비스를 도입한 '구루미'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6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구루미도 WebRTC 를 사용하여 초저지연 실시간 방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루미 서비스에서는 타이머를 켜놓고 공부하는 유저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모의고사를 푸는 방송에서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문제 풀이를 멈추어야 하기에 5초의 딜레이도 용납하기 어려워진다.)

최대 9명까지 한 방에서 각자의 공부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관련된 학습 파일도 공유하는 온라인 독서실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제시한 구루미는 최근 라이브 클래스도 도입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과 공부라는 소재를 합친 신선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 누가 물건을 사진 보고 사나요? 이젠 실시간 영상 보고 삽니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본인들이 공구하는, 혹은 판매하는 제품을 라이브로 홍보를 하는 것에서 시작된 라이브 커머스는 이제 어느덧 많은 홈쇼핑 채널들도 유입한 익숙한 채널이 되었다. 단순 뷰티, 패션에만 그치지 않고 음식 (요리방송과 먹방의 결합방송), 여행 상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심지어 독도에서 직접 생선을 낚시하는 모습부터 요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제철 생선을 판매하거나 1억 할인 쿠폰을 제공하면서 26억짜리 빌딩을 판매하기도 해 이목을 끌고 있다.

라이브 쇼핑에서는 호스트가 시청자와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을 하면서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홈쇼핑보다 더욱더 높은 사용자 참여도를 가지고 있다. 최근 론칭한 삼성전자 출신들이 창업한 'VOGO play'의 경우, 매주 월요일은 '삼성 썰전 스페셜'로 두 가지 제품을 비교하며 판매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VOGO 는 쇼호스트의 방송과 시청자들의 인터랙션을 결합하여 퀴즈를 맞힌 사람에게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면서 시청자의 더욱 높은 참가율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 Z 세대의 사랑을 받는 스타일쉐어 역시 베타형식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쉐라이브'라고도 불리는 이 라이브 세션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라이브 특가로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서 사용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게임 하는 것도 좋지만 남이 잘 하는 걸 보는 것이 더 좋아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다른 사람이 하는 플레이를 시청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스트리밍의 대표적인 서비스 트위치의 경우, 시청자 수가 3년 만에 2배 성장했다. 2016년에 59만 명이었던 평균 동시간대 시청자가 2019년에는 128만 명으로 성장했다. 트위치, 유튜브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도 이스포츠 성장 트렌드를 쫓아 각각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엔씨소프트에서도 자체적으로 '예티'와 '퍼플'이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을 눈여겨볼만하다. 예티는 PC 게임을 모바일에서도 별도의 장치 없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퍼플은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 차별화돼 있다.

■ 5G 시대에 더 필요해질 WebRTC

국내에서도 WebRTC를 활용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B2C 기업으로는 앞서 소개한 구루미와 아자르에 이어서 '하쿠나'를 성공시킨 하이퍼커넥트가 유명하다. B2B 기업으로는 리모트몬스터가 있다. 앞서 소개한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 서비스인 VOGO Play의 경우 리모트몬스터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편리하게 라이브 스트리밍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시청자와 호스트 간의 초저지연 연결을 특장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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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5G 네트워크가 적극적으로 상용화되는 해다. 이로써 더 많은 기기가 5G 네트워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네트워크의 큰 특징으로 LTE보다 더 짧은 지연시간이 주목받는다. 빠른 속도와 넉넉한 대역폭으로 한층 쾌적한 모바일 영상 및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시청자들이 5G 네트워크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WebRTC를 사용하여 영상에서 오는 지연시간도 낮춰야 한다. 기존의 50ms에서 5ms로 지연시간을 줄이더라도, 기존 영상 전송 프로토콜 사용에 따라 발생하는 지연시간을 함께 줄일 수 없다면, 영상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은 WebRTC 기술로 5G 시대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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