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갈등 확대 '일시정지'..소재 국산화는 계속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스1)

한국 정부가 22일 오후 세계무역기구(WTO) 일본 제소 절차 중단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 효력 일시 정지를 선언했다. 지난 7월부터 일본 경제산업성의 첨단 소재 대(對) 한국 수출 규제로 시작된 양국간의 갈등 확대는 잠시 멈췄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지소미아 연장' 등으로 표현하며 사태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아직도 예단하기 힘들다. 일련의 사태를 유발한 일본이 여전히 '적절한 수출 대응'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 여전히 변함 없는 日 "적절한 수출 관리 계속"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일본이 발표한 '수출관리 정책 대화'는 화이트 리스트의 복원을 포함한 개념"이라며 "3개 품목의 경우 우리의 수출관리 운용 제도를 확인하는 것을 통해서 재검토 하도록 한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NHK 등에 따르면 같은 날 일본 경제산업성 이이다 요이치 무역관리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국장급 대화는) 수출관리당국으로서 판단한 결과이며, 지소미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며 전혀 관계 없다"고 밝혔다.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전임 경제산업상을 대신해 지난 10월 취임한 카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역시 "지금과 같이 적절한 '수출 관리'를 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앞으로 일은 예단을 가지고 답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정책 대화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경제산업성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 수출 규제와 한국 백색 국가 제외 등 일련의 조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한일 양국 국장급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청와대 "日 지연 전략 막을 것"

청와대 고위 관게자는 "지소미아 효력 종료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이며 이런 양국간의 합의 내용이 상당기간 계속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일본 측의 지연 전략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22일 출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회동을 시작으로 양국 외교·산업 당국 관계자들의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로드맵 지속

정부는 양국간 대화에 관계 없이 수출 규제 이후 지속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는 지속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조1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을 독려하는 등 후속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충남 천안시 MEMC코리아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또 일본 경제산업성이 '적절한 수출 관리'를 내세워 각종 규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불산액 국산화와 수입선·제조사 다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 역시 22일 충남 천안시 MEMC코리아에서 개최된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우리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한·일 수출 규제 관련 일지

▶ 7월- 1일 : 일본 정부, 반도체 등 핵심소재 한국 수출 규제와 한국 백색국가 제외 공식화- 4일 : 일본 정부, 대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시 포괄 허가 대신 건별/개별 심사 적용.청와대 NSC 상임위, 일본 수출 규제가 보복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규정.- 8일 : 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있는 협의를 촉구.- 10일 : 한국 대표단, WTO 이사회에서 일본 정부 수출 규제 철회 촉구.- 12일 : 일본 도쿄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일본 경제산업성 실무자 회동.- 15일 : 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전경련, 한국 수출 규제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한국어·일본어 정책 건의서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 24일 : 한국 대표단, WTO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 철회를 요구.- 26일 : 한국 외교부 강경화 장관, 일본 고노 타로 외무상과 전화통화 통해 수출제한 조치의 즉각 철회를 촉구.

▶ 8월- 1일 : 한국 외교부 강경화 장관과 일본 고노 타로 외무상 태국 방콕에서 회담.- 2일 : 일본 정부, 각료 회의 통해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안 의결.문재인 대통령, 임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 책임론" 제기.- 7일 : 일본 경제산업성,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공포 및 포괄허가취급요령 등 규제 강화 시행 세칙을 발표.- 8일 : 일본 경제산업성, 수출 규제 이후 포토 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 허가.- 12일 : 한국 정부,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 15일 : 문재인 대통령, 74주년 광복절 축사 통해 "日, 대화와 협력의 길 나오면 손 잡을 것" 촉구.- 22일 : 한국 정부, 일본의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 선언.- 28일 : 일본 정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 시행.- 29일 : 한국 외교부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

▶ 9월- 11일 : 일본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 취임. 한국 정부, 일본의 3대 수출 규제 관련 WTO 제소 및 양자합의 요청.- 18일 : 한국 정부,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 조치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