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은 '人災'…한전 "이재민에 123억원 지급"

노후 고압전선과 한전의 부실 시공·관리가 원인

디지털경제입력 :2019/11/20 15:56

경찰이 지난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을 '노후된 고압전선과 한국전력공사의 부실 시공·관리 등 복합적인 인재(人災)'라고 결론지었다.

20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고성·속초 산불 원인을 수사한 강원 고성경찰서는 한국전력 관계자 등 9명을 업무상 실화(失火·실수로 불을 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했다.

앞서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발생한 이 산불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이 낙하해 발생했다.

최초 발생 후 사흘간 지속된 화재는 속초와 강릉, 동해, 인제 인근으로 확산돼 총 2천872헥타르(ha)의 산림이 전소됐다. 이 과정에서 1천291억원의 재산 피해와 총 1천49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원인을 수사한 결과, 이번 산불은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전이 관리 중인 전신주의 설치와 점검, 보수 등 업무상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약 8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 강릉·속초지사와 강원본부, 나주에 위치한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다"며 "또다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 현장. (사진제공=뉴스1)

한편, 이날 경찰수사 발표 직후 한전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현재 이재민 피해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섭 한전 사업총괄 부사장은 "현재 손해사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손해금액이 확정된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보상금 일부를 선지급했다"며 "최종 보상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손해사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손해금액이 확정된 이재민을 대상으로 보상금 일부를 선(先)지급했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선지급된 피해보상액은 123억원(7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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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이번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전강화를 위한 전력 기자재를 개발하고, 설비관리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지리적인 특성과 당시 이례적인 강풍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요인 등에 대해서는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설비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