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쿼바디스] 대통령과 AI, 그리고 수학

데스크 칼럼입력 :2019/10/29 08:03

인공지능(AI) 세상이다. AI를 이용한 혁신 사례가 도처에 넘친다. 피자 가게도, 병원도, 은행도, 공장도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세계 최대 피자 체인업체 도미노피자는 호주, 뉴질랜드 매장 800곳 조리실에 AI 카메라를 설치해 피자 품질을 높인다. 덴마크 등에서는 AI가 응급환자를 살린다. 은행의 디지털화는 핵심이 AI고, 투자 종목 추천도 AI가 사람 애널리스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AI를 도입해 효율성이 높은 세계적 공장이라는 '등대 공장' 명칭을 얻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가장 크게 변화시킬 아이템중 하나는 자율주행차다. AI와 만난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다. 바둑을 정복한 AI는 음악, 미술 등 창의적 분야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

'AI 위력' 중 기자가 접한 최근 가장 신선한 사례는 AI가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 4월 미국에서 '스피드게이트(speedgate)'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선보였는데, AI가 만든 최초의 스포츠라고 한다. 개발 과정이 흥미롭다. 세계 400여 스포츠와 7300여 경기 규칙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AI에 학습시켰다. 목표는 '배우기 쉬우면서 재미있고 운동량이 많은 팀 스포츠'를 만들라는 것이였다. AI는 1000개가 넘는 결과물을 내놨고, 최종 결과물이 스피드게이트였다. 이미 미국과 영국에는 종목 단체까지 생겼다고 한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운 AI 기본 구상을 바탕으로 국가 AI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코엑스에서 개최한 개발자 기술컨퍼런스 '데뷰(Deview, Developer’s View) 2019‘ 행사에서다. 대통령이 개발자 행사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AI를 강조하는 여러 '워딩'을 쏟아냈다. 가장 와 닿은 건 역시 규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개발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마당을 정부가 만들고 지원하겠다"면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우리 AI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사는 알고리즘이고, 데이터는 규제 완화가 없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대통령 지적처럼 1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소위 '데이터 3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세계는 오래전에 AI전쟁에 돌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23개 국가 이상이 국가 AI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기본을 강조한 일본이 눈길을 끈다. 우리 경제에 전쟁을 선포한 일본은 2017년 인공지능 산업화 로드맵 및 기술 전략을 수립한데 이어 올 3월 말 총리가 직접 챙기는 혁신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일본 AI 사회 원칙'과 '국가 AI 전략 2019'를 발표, AI강국 청사진을 대내외에 알렸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직장인과 일반 사회인까지 아우르는 AI 교육 목표를 수립한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 당국이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또 일본은 AI와 함께 수학과 과학도 강조, 고등교육에서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졸업생들이 ‘이과, 수학, 데이터과학, AI’에 관한 기초 역량을 습득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손 놓은 건 아니다. AI강국을 위해 지난해 5월 'AI 연구개발(R&D) 전략'에 이어 올 1월 ‘데이터 및 AI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결정판인 '국가AI 전략'을 조만간 발표한다. 이 전략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대통령은 강조했다. 기초가, 기본이 든든하지 않은 우리 사회라서 그런지 뭔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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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알고리즘이고 소프트웨어(SW) 일종이다. SW강국 없이 AI강국도 없는 것이다. SW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지 않는다.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기다. 제도 개선과 함께 사람에 오랫동안 투자해야 한다. 특히 AI는 수학이 기본이다. AI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선형 대수와 수치 해석 같은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수학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앞으로 고교 수학에서 행렬을 완전히 없앤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구글 검색 엔진의 시초도 행렬의 고유값"이라고 한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AI 역시 강국이 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AI전략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은 행렬을 없애는 '고교 수학' 문제 먼저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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