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경쟁이 막을 내렸다. 10명 중 5명이 추려졌다. 2차 경쟁은 내일 치뤄진다. 5명중 3명이 선택된다. 최종 한명은 이달말께 결정된다. 새로 소장을 뽑고 있는 스프리(SPRi,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야기다.
스프리는 국내 최고 소프트웨어(SW) 싱크탱크다. '정보통신(ICT) 특별법(정식 명칭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4년 3월말 문을 열었다.
스프리 설립 이유는 명확하다. SW정책연구를 통해 산업 및 국가경쟁력을 높여달라는 거다. 그동안 스프리는 나름대로 이 사명에 충실해왔다. 신뢰성 면에서 아쉬웠지만, 지난달 열린 창립 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세계 처음으로 글로벌 SW경쟁력 지수를 발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누구나 경쟁 상대가 있다. 힘들지만 경쟁이 있어야 발전한다. 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스프리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일차적으로 타 부처 싱크탱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고용정보원 같은 기관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같은 민간 싱크탱크도 있다. SW가 보편화하면서 이제 스프리는 민간 연구기관과도 일합(一合)을 벌여야 한다. 며칠전 한국경제원 보고서는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 제한'이라는 보고서를 발간, SW인들에게 회자됐다.
SW와 관련이 적은 이들 공공 및 민간 싱크탱크와 스프리가 경쟁하게 된 것은 그만큼 SW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보편재(커마더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도처에서 강조하는 스마트와 자동화는 곧 SW화를 말한다. 덩달아 SW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해졌다.
지난해 고용정보원은 자동화와 일자리 간 보고서를 내놓아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토연구원은 SW기술 총아인 스마트시티 관련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계와 산업단지 스마트화는 산업연구원 등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스프리가 이런 보고서를 선점하지 못한 건 아쉽다.
스프리 경쟁 상대는 해외에도 있다. 세계 컴퓨팅 흐름을 제시하는 가트너, IDC 같은 조사기관이다. 트렌드 파악의 기본은 리서치다. 리서치를 놓고도 스프리는 가트너 등과 맞짱을 떠야 한다.
현재 스프리 연구원은 30명이 조금 넘는다. '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적은 숫자다. 스프리 거버넌스도 걸린다. 싱크탱크는 누구 눈치를 보면 안된다. 돈(운영비)을 준다고 '상전'을 쳐다보면 연구가 왜곡된다. 이미 우리는 다른 부처에서 이런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보고라인도 간소한게 좋다. 올들어 스프리 소장 선임권이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으로 바뀌었다. 거버넌스가 복잡해졌다. 좋은 수(手)는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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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는 현실 문제를 정확히 진단, 해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집단이다. 이런 점에서 한 나라의 싱크탱크 수준은 곧 그 나라의 수준이다. 미국에 세계 최고 싱크탱크들이 몰려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SW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SW경쟁력이 올라가려면 싱크탱크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조만간 새 스프리 소장이 정해진다. 기업 경험에 바탕한 전문성과 리더십, 통찰력이 고려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세계적 SW 싱크탱크를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