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암호자산'의 법적 지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해 억제 정책을 펼쳐온 암호자산에 대해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서울 한 호텔에서 대정부 권고안 기자간담회를 갖고 “블록체인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전향적으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데 정책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암호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조속히 마련하고, 조세와 회계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 위장은 또 그동안 주로 쓰여온 '가상화폐'란 용어 대신 '암호자산'이란 어휘를 선택했다.
다음은 장병규 4차위 위원장, 장명희 사회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이상용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위원과의 일문일답.
-데이터 3법이 법안 소위를 못 넘고, 타다 금지법이 발의되는 등을 감안할 때 최근 국회의 움직임이 '파괴적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고, 매우 실망스럽다. 데이터 3법은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지만 민간이 해당 법안의 통과를 기다린 지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을 위한 대의가 무엇인지 정부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타다 금지법과 관련해서는 택시와 관련한 재산권과 모빌리티 서비스에 따른 국민 편익권이 충돌하는 만큼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장병규 위원장)
-주 52시간 일률 적용을 탈피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다만 획일적으로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의도치 않게 혁신을 막게 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일본과 미국 사례를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연봉 1억 이상인 소득 상위 3%에는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있다. 일본과 미국에 벤치마킹 가능한 제도가 있는 만큼 관련된 법안 올라오면 국회가 뒤로 미루지 않고 빨리 논의해주기를 바란다.”(장병규 위원장)
-정부의 교육 개편 방안과 권고안의 내용이 배치되는 것 같은데?
“현재 대학 운영과 관련해서 4차위에서 제시하는 인재 육성 방안은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권고안은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의 정책 지원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자성에서 출발했다. 대학이 책임지는 자율적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야 한다고 권고안에 담았고, 정부는 조력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장명희 사회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현 정부의 교육 개편과 권고안은 성격이 다르다. 권고안의 취지는 정부가 중장기 구조개혁을 마련하되 구조조정 자체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얘기하는 것이 단기적인 관점이라면, 권고안은 중장기적 관점이다. 대학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권고하되, 어떻게 강화할지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장병규 위원장)
-암호화폐 관련 대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암호자산과 관련해서는, 논의하는 것이 괴롭다는 (정부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있는 만큼, 그나마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가 시작도 안 됐기 때문에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장병규 위원장)
-권고안 내용에 따라 정부의 시행계획이 있나? 4차위는 자문기구라서 권고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는데, 한계점이 있다면?
“한계가 분명한 자문기구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4차위의 특징은 민간 중심이라는 것이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열정 가지고 일했고 그 결과 100여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한 수준 높은 권고안을 만들었다. 우리가 모은 지혜가 널리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상용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위원)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권고안을 공개하기 전에 청와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4차위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산적인 토론 이끄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장병규 위원장)
-2기 임기가 끝난 후 장병규 위원장의 행보는? 블록체인 기반 샌드박스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임기가 끝난 후 한동안 쉬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공적인 의무감에서 한동안 벗어나 있고 싶다.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서는 암호자산에 한해 속도를 내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일단 허용하고 안 되면 규제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다.” (장병규 위원장)
-권고한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분야는 어디인가? 장관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도 있는데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중장기적 권고안인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가장 대립이 있었던 분야는 금융과 창업 생태계 분야다. 그 두 분야 모두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하는 분야인데, 민간에서 실제 느끼는 것은 온도차가 있었다. 각기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 모여 의논했기 때문에 대립이 있었지만, 끝까지 극한 대립이 있던 것은 아니다.”(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4차위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체 사회변화는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어떤 정권에서든 관련 논의는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위원회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이슈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관들이 위원회에 참가하면 좋은데 너무 바쁘다. 그러면 오히려 비생산적이 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아젠다에 장관이 참여했다고 생각한다.”(장병규 위원장)
-중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이 부러운 것은 ‘선허용 후조치’가 된다는 것이다. 무조건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멈출 권리를 공산당이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을 광범위하게 도입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큰 논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장병규 위원장)
-오늘 오전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 혁신이 가져오는 파괴가 있을 텐데, 이때 정부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혁신과 보호 중 하나를 고른다면 혁신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조직 자체는 현상 유지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과 관련해서는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전과 시행착오가 적다는 것을 권고안에서 제시한 것이다. 농수산에 각종 기술을 적용해서 혁신적인 기업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권고안은 여러 도전과 시행착오를 허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강한 요구를 담았다.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보다 농수산식품 분야를 중요한 산업으로 한국이 키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장병규 위원장)
-권고안에 게임 콘텐츠 분야 진흥이 빠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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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게임콘텐츠 산업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고안에는 진흥혁신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 분야가 담겼다. 게임 콘텐츠 분야가 진흥과 혁신이 적용될 여지가 다른 산업에 비해 약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이해했다.”(장병규 위원장)
“게임 콘텐츠 분야가 빠져서 아쉬움이 있다. 미래 파급력이 큰 분야 정리하면서는 위원들 여러 이유로 해당 분야가 제외됐다. 권고안에 담긴 6개 분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