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한글날을 맞아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한 서체 '나눔손글씨' 109종을 공개했다. 공모전 참가자들이 다양한 사연과 함께 제공한 약 250자의 손글씨를 분석해 AI 기술로 그 특징을 살린 1만자 이상의 한글 조합을 완성시켜 만들어낸 글꼴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지난달 4일부터 20일 가량 '한글날 손글씨 공모전'을 진행했다.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부터 90대까지 여러 연령대 참가자가 응모한 약 2만5천건의 손글씨를 접수했다. 노년의 부모님 손글씨를 남기려는 이, 암 투병, 장애인,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 다양한 사연과 배경의 일반인 그리고 강다니엘, 청하, AB6IX, 소유, 초롱, 우주소녀 여름, 이사배 등 연예인과 유명인이 공모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는 접수된 '내 손글씨를 설명하는 소개말'을 기준으로 109건을 선정해 나눔손글씨로 제작했다. 제작을 위해 109건의 소개말 문자를 광학문자판독(OCR) 기술로 컴퓨터에 인식시키고, 다른 손글씨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로 사전 학습한 모델을 사용해 소개말의 손글씨 특징을 분석했다. 클로바 AI의 이미지 생성 기술을 접목해, 각 손글씨를 학습하고 약 250자의 손글씨만으로 그 특징을 살린 1만1천172개 현대 한글 글자 조합을 완성해 글꼴로 제작했다.
9일 현재 새로 제작된 나눔손글씨 109종을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 홈페이지와 클로바 '한글날 손글씨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기업, 단체, 개인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는 109종의 글꼴을 일일이 내려받지 않고 '체험하기'를 통해 웹브라우저에서 해당 글꼴로 글씨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테스트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가 공모전으로 일반인들의 손글씨를 찾아 디지털 서체로 만들어 배포한 건 처음이 아니다.
네이버는 2008년 '한글한글 아름답게'라는 구호를 내건 네이버 한글캠페인의 연장으로 2009년 '손글씨 공모전'을 열었다. 일반인들에게 제시한 글을 손글씨로 적어 제출케 했다. 그해 5~8월 중 3만3천점의 손글씨를 접수해 심사를 거쳐 10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그중 대상작 1점으로 '나눔손글씨'를 만들었다.
이 최초의 나눔손글씨 서체는 이듬해인 2010년에 한글날 기념으로 무료배포됐다. 과거 제작된 나눔손글씨는 1종의 서체를 만드는동안 해가 바뀌는 기간이 소요됐지만, 10년만에 돌아온 나눔손글씨는 AI 기술 덕분에 선별된 글씨를 109종의 서체로 제작하기까지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 두드러진 차이다.
네이버는 나눔손글씨 외에 '나눔고딕', '나눔명조', '나눔스퀘어', '나눔스퀘어라운드' 등 서체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해 왔다. 현재는 '마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와 함께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춰 화면용 서체를 설계하고 있다. 이 서체의 명칭은 '부리 글꼴'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사용성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글꼴에 관심이 있는 일반 사용자, 출판인, 디자이너 전문가 등 2만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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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측은 부리 글꼴 사용성 조사 결과 감성적인 글, 문학작품이나 신뢰성 또는 무게감이 있는 글에는 부리 글꼴이 선호되고,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를 담은 글에는 민부리 글꼴이 선호되는 걸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용성 조사 결과를 이달중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부리 글꼴을 완성해 오는 2021년 일반 한글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 한글캠페인 담당자는 "한글날을 기념한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은 사용자와 함께 한 '부리 글꼴' 사용성 조사에 클로바 AI 기술을 더해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주목한 작업이었다"며 "사용자와 함께 한글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