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서비스 ‘타다’가 자사 서비스와 관련한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년 말까지 베이직 등 차량을 1만대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택시제도 개편안 입법을 준비 중인 국토부를 비롯해, 함께 관련 실무기구에 참여해온 택시·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이해 주체들은 연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 계획에 맞춰 시행령 개정도 물밑으로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7일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타다 출시 1년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타다 서비스 중 렌터카 기반 승합차 공유 서비스인 ‘베이직’은 현재 1천400대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운행 중이다. 준고급택시 서비스 ‘프리미엄’과 교통약자를 위한 ‘어시스트’도 같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재욱 VCNC 대표는 내년 말까지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베이직, 프리미엄 등 차량 대수를 1만대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우 타다 드라이버는 5만명에 달한다.
그러자 타다의 1만대 확충 계획에 대한 실효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수차례 쏟아졌다.
국토부는 택시 면허 총량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 추이를 고려해 면허 총량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부는 감차사업을 통해 연간 900대 택시 면허를 줄여왔다.
박 대표는 “택시제도 개편안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다 차량을 1만대로) 늘리겠다는 건 어폐가 있다고도 생각한다”면서도 “회사가 조사한 수요를 기반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 스타트업, 택시 관계자들은 타다의 계획에 대해 ‘이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다의 1만대 확충 계획은 나머지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잡아가버리는 생각이다”며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은 타다 때문에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우리는 최근 총량이나, 차량 조달방법, 지원방법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공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면서 “이처럼 협의 중인 단계에서 타다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었는데, 오늘 타다는 1만대로 늘리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타다는 어렵게 만든 사회적대타협 기구에서 반드시 택시로만 해야 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무시하는 독자적인 계획을 발표했다"며 "계속 타다가 이런식으로 나간다면 우리는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토부가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에 면허 내주고, 면허 총량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타다가 역이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토부가 수요에 맞춰 면허를 준다고 하니 타다는 지금 ‘1만대 줄 수 있어?’라고 들이대는 것”이라며 “타다는 이로 인해 정부, 택시업계를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타다가 차량 1만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는지도 문제다.
타다가 활용하는 렌트카는 쏘카 차량으로, 작년말 기준 쏘카가 보유한 현금은 약 10억원이다. 쏘카는 올초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쏘카는 차케어, 폴라리언트, 일레크 등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들에도 투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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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쏘카가 현재 보유한 차량이 1만2천대, 타다에 사용되는 카니발이 1천400대로 알고 있는데, 타다가 1만대 확충을 베이직으로만 한다면 거의 1만대를 새 차로 구입해야 한다”면서 “카니발 한 대 가격을 3천만원으로 놓고 계산할 경우, 약 3천억원이 차량 구입에 들텐데 그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VCNC가 타다 베이직 운영시 렌트카 방식을 포기하게 되면, 작은 스타트업들은 더 들어오기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며 “향후 차량을 구매하는 구조로 가게 되면 투자를 유치하거나 차량 구매를 위한 리스나 론(대출)을 쏘카에서처럼 VCNC도 비슷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