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론장 훼손 허위조작정보 대응 고민

한상혁 위원장 주재 첫 회의...필요성·우려 동시 고민해야

방송/통신입력 :2019/09/18 14:08    수정: 2019/09/18 15:12

방송통신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 가짜뉴스로 혼용되는 표현에 선을 긋고, 의도성을 지닌 거짓 정보 유통이 공론장을 훼손해 민주주의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자칫 행정부에 의한 허위조작정보 대응책이 언론 또는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8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방통위 전체회의 말미에 허위조작정보 대응에 대한 상임위원 간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마지막 회의 안건인 ‘시청자미디어센터 중장기 계획에 관한 사항’을 보고받은 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견이 허위조작정보 대응으로 옮겨간 것이다.

먼저 허욱 상임위원은 “(미디어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 논의 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는 의도된 허위조작정보 대책 마련에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며 “여론 형성은 사회적 토론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직접 민주주의는 더욱 강화됐지만 여론 왜곡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공지능 기반의 선호도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가진 유튜브는 소비 취향에 따라 필터 버블 효과가 일고 있고 확신편향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을 무너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허욱 위원은 또 “언론의 오보와 허위조작정보는 개념이 전혀 다른 것으로 미디어 비평이나 언론중재위로 잘못이 고쳐질 수도 있는 점이 언론의 영역이라면 허위조작정보는 이익추구를 위한 의도된 거짓 정보”라며 “언론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켜나가고 내용심의 부분은 방심위가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미디어리터러시로 미디어 수용자 역량을 보완하며 국회에 발의된 여러 법안과 국민 의견을 포함해 허위조작정보 대응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욱 위원의 발언 직후 김석진 부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왜곡된 논란이 넘쳐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다만 가짜뉴스냐 허위조작정보냐를 어떻게 근절하고 차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절대 침해할 수 없고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허위조작 여부를) 판별할 것인가에 대해 그런 메카니즘이 정부기관에서 행정조치로 하게 되면 시중에서는 정권의 입맛대로 재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고삼석 위원은 방통위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와 글로벌 사례를 짚어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위원은 “인터넷 상 내용에 대한 직접 심의 권한은 방심위 소관이지만 정보통신망법 44조7에 따르면 불법정보 유통 금지 등을 포괄하는 권한은 방통위에 있고 타법에 의해서도 규제 권한이 방통위에 있다”며 “소위 가짜뉴스에서 허위조작정보를 넘어 혐오 표현에서 딥페이크(deep fake) 악용까지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방치할 수준은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이나 민간 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두고 글로벌 대형 사업자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이용자 권한이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2년 전 (당시) 야당 의원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한 내용으로 정부가 나선다고 우려하는 것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지 답을 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표철수 위원은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사안은 다른 나라에서도 고민거리”라며 “(허위조작정보 피해에 대한)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결정을 따를 수도 있지만, 인터넷은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어떻게 접근하고 판단할 것인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청문 과정에서도 허위조작정보 관련 질의를 많이 받은 한상혁 위원장도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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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위원장으로 지명받은 뒤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은 허위에는 거짓, 조작은 의도성이 포함된 개념으로 의도된 거짓 정보라 유통되면 여론을 왜곡할 수 있고 민주주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는데 언론에서는 가짜뉴스 규제라고만 보도돼 아쉬움이 남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허위조작정보가 공론장의 기능을 해치는 문제는 다들 공감한다고 보고, 김석진 부위원장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고 본다”며 “사무처에서는 상임위원들의 필요성 인식과 우려를 모두 고려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