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에너지 분야 예산안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 경감에 방점이 찍혔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 안전 확보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안이 올해 18조8천억원에서 5조2천억원(27.5%) 증가한 23조9천억원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12개 예산분야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액된 것이다.
이 중 에너지 전환·안전 투자 예산은 3조7천51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1조2천470억원 규모로 증액한다.
■ '에너지복지' 예산 937억원→1천67억원
저소득 가구의 냉·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937억원에서 1천67억원으로 증액된다. 가구당 평균 난방비 지원단가는 10만2천원에서 10만7천원으로 5천원 오르고, 냉방비 지원단가는 6천700원에서 9천원으로 2천300원 늘어난다.
에너지바우처는 2015년 처음 도입된 에너지 복지 제도다. 에너지 사용에 취약한 저소득 가구에 에너지원 사용비를 보조하는 개념으로,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연탄·등유·액화석유가스(LPG) 등 연료비를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청 대상은 중위소득 40% 이하인 생계·의료급여 수급가구 가운데 노인·장애인·영유아·임산부·중증희귀난치성질환자 포함 가구와 한부모·소년소녀가정 가구다.
이를 통해 내년 한 해동안 67만3천여 가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구를 위해 여름 바우처를 신설해 여름과 겨울 모두를 지원한다.
에너지바우처 예산 증액은 산업부의 올해 추경(추가경정예산) 사업에도 반영됐다. 이번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60억원으로, 이를 통해 전국 약 5만4천세대가 연내 추가 지원을 받게될 전망이다.
■ 열수송관 융자지원·재생에너지 보급 예산도 증액
정부는 장기사용 열수송관 융자 지원금에도 1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에너지 안전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융자 지원금도 9천억원 증액한다.
올해 3조4천194억원이었던 에너지·자원 개발 예산도 내년 3조8천93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다. 신재생에너지보급·금융지원 사업 예산이 5천240억원에서 6천14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생계형 배달용 이륜차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큰 전기이륜차로 대체하는 등의 신사업도 추진된다. 환경부가 발표한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 따르면 내년 신설되는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형 충전인프라 시범 구축사업'에 13억5천만원이 배정됐다. 일평균 주행거리(100km 이상)가 큰 생계형 배달용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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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앞서 배터리 교체식 전기이륜차를 도입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지난 2015년 1천200대였던 대만 전기이륜차 보급물량은 배터리 교체식 전기이륜차를 출시한 후 2017년 4만5천700대로 증가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를 올해 대비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하방 대응 소요, 재정사업 지출 실소요, 세입여건 등 재정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