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모바일 상품권 사기 막는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⑳디센티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했다가 사기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 이미 사용된 모바일 상품권을 속아 산 경우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은 쉽게 복사 가능한 바코드 형태로 발행돼 이 같은 사기에 취약하다. 바코드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로 모바일 상품권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어 관심을 끈다. 블록체인 업체 디센티는 블록체인 위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형태로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센티는 디폰(dPon)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디폰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예컨대 'OO커피' 매장이 발행한 아메리카노 쿠폰을 구매하면 디폰 전용 앱(디지털 지갑)에 토큰이 담기게 된다. 구매자는 쿠폰 토큰을 앱에 보관하고 있다가 매장에서 교환해 사용하거나 친구에게 전송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 쿠폰 토큰은 구매자 지갑에서 매장 또는 친구 지갑으로 즉시 이동하기 때문에 사용한 쿠폰을 재판매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디폰은 모바일 상품권을 토큰으로 만들면 소유권이 명확해지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 매장에서도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가능해져 시장 규모가 확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비용이 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대 디센티 대표

최근 만난 김용대 디센티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모바일 상품권 시장 문제와 한계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며 "일반 결제보다 모바일 상품권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빠르게 실생활을 파고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 일답이다.

Q. 현재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문제는 뭔가?

"첫 번째 상품권의 소유권 보장이 안된다. 다른 사람한테 양도하거나 중고로 팔아도 바코드를 삭제하지 않으면 매장에서 쓸 수 있다. 사기에 취약하다.

두 번째 프랜차이즈 규모가 아니면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어렵다.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소상공인 매장과는 계약을 안 해준다. 현재 상품권 발행 시스템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품권 시스템은 포스(POS) 기기와 연결돼 있는데, 동네 매장을 등록하려면 사용 규모에 비해 개발 및 시스템 업데이트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디폰은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소유권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매장에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을 때 소유권이 확실하게 넘어가게 된다. 또, 오픈 상품권 플랫폼이라 동네 가게도 누구나 모바일 상품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은 바코드 형태라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이미지=디폰)

Q. 블록체인에서 소유권은 어떻게 보장이 되나?

"이더리움 토큰 표준 중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형태인 'ERC721'로 발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가 상품권을 가지고 있다가 누구한테 선물하면 토큰을 이전하는 것과 똑같이 상대방 지갑으로 상품권이 이동하게 된다. 토큰 소유자가 상품권 소유자가 되는 것이라 확실하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일반적인 토큰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토큰을 가지고 있는지 수량을 표시하지만, NFT는 고유한 디지털 자산을 나타낼 수 있는 토큰 형태라 다양한 매장의 수 많은 상품들을 모바일 상품권으로 표시하는 데 적합하다.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캐릭터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는 NFT 개념을 널리 알린 서비스다. 크립토키티 내 각각의 특색을 가진 고양이 캐릭터들이 모두 다른 NFT로 존재한다. 같은 원리로 모바일 상품권을 토큰으로 만들 수 있다."

Q.블록체인 기술이 복잡한데 사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나?

"구매하는 방법은 기본 모바일 상품권과 똑같다. 상품권샵에서 카드결제나 간편결제로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하고 나면 디폰 앱에 상품 리스트가 쌓인다.

토큰은 디폰 앱을 통해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다. 상대방 지갑주소나 휴대폰번호를 알면 선물하기가 가능하다. 실제 매장에서 사용할 때는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QR코드가 매장의 지갑주소라 이 쿠폰의 소유권이 매장에 넘어가게 된다."

단, 기존 모바일 상품권은 휴대폰을 보여주기만 사용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 모바일 상품권은 매장의 QR코드를 리딩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사용자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이 UX가 허들일 줄 알았는데, 사용자들이 제로페이 같은 서비스에 경험이 생기며서 QR코드 리딩도 익숙해진 것 같다.

또 우리 서비스는 제로페이보다 훨씬 간편하다. 제로페이는 QR 리딩을 하고 가격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나 생체인증을 해야 하고, 매장에 입금됐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반면 블록체인 모바일 상품권은 이미 결제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보여주고 교환만 하면되니까 훨씬 간편하다. 이미 결제한 금액을 정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같은 가격의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

Q. 토큰을 전송할 때, 즉 상품권을 사용할 때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개인키로 트랜잭션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트랜잭션에 개인키로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어려우니까 우리는 중앙에서 개인키를 관리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디폰 앱 안에는 블록체인 용어가 하나도 없다. 회원 가입할 필요 없이 전화번호로 인증만 받으면 전화번호와 연동된 지갑주소가 생성이 된다. 친구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고 싶으면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물론 개인이 개인키를 관리하여 완전 소유권을 개인이 관리할 수 도 있다."

Q.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로 속도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모바일 상품권에 블록체인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나?

"우리는 기존 블록체인의 단점을 보안하고 처리 속도를 높였다. 이더리움 퍼블릭 네트워크를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쓰고 있다. 합의 알고리즘도 새로 만들었다.

자체 테스트한 결과로는 1초에 3~4천 TPS(초당트랜잭션처리)가 가능하다. 1초에 한번씩 블록이 생성되고, 한개 블록안에 3천개 정도 트랜잭션이 포함된다. 성능은 문제 없다."

Q. 프라이빗 네트워크는 노드 수가 적으니까 해킹 위협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국정원에서 인증받은 암호모듈을 이용해 블록체인을 구현했다. 보통 블록체인의 무결성은 해시값(디지털지문)으로 보장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해시값을 만드는 암호모듈에 대한 무결성은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 모듈에 문제가 생기면 블록체인 무결성이 다 깨진다.

국정원 암호모듈 검증제도는 해시값 만드는 암호모듈이 위변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인증해 주는 제도다. 우리는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받은 암호모듈을 이용해서 블록체인을 구현한 것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구조도(이미지=디폰)

Q. 디폰 플랫폼에서 소상공인도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기존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에선 왜 불가능했나?

"기존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결제 단말기(POS)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POS 단말 제조사의 서버와 연동 작업 등 비용이 발행한다. 이에 대한 비용 지출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 정도만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소규모 매장에서는 상품권을 적용하고 싶어도 현재로써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1조2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외식업 시장이 160조원인데 매우 작은 부분만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이 프랜차이즈이면서 최신 POS 단말기를 설치한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으로 바뀌면 현재보다 4배 정도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또 블록체인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가 추적 가능성이다. 모바일 상품권 유통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Q.서비스 오픈 일정과 향후 계획은?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우선 파트너 업체인 스마트콘이 가지고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블록체인토큰화해 보려고 한다.

디폰은 플랫폼으로 다른 디앱 업체에도 개방되어 있다. 상품권 중고거래에 특화된 디앱이나 상품권 크라우드 세일 같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나중에는 플랫폼에 게임적인 요소를 결합할 수도 있다. 라떼 상품권과 치킨 상품권을 결합하면 아이스크림 상품권이 나온다든지 이런 갓차(뽑기) 요소를 넣는 아이디어도 구상하고 있다. 그 이외에 다른 상품권과 교환하기 위한 거래소 또한 계획하고 있다.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결제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는데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더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분야가 모바일 상품권이라고 본다. 결제는 아무리 스테이블 코인(가치 연정화 코인)을 사용한다고 해도 환전해야 하는 등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이 많다.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이미 결제가 끝난 상황에서 이용을 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자 허들이 훨씬 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