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를 무비판적으로 이용해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분산ID(DID)를 통해 아이덴티티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자는 게 새로운 파도입니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아이콘 프로젝트의 개발사 아이콘루프의 김종협 대표는 DID를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라고 보고, 향후 DID 서비스를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분산 신원확인(DID·Decentralized ID)은 기존의 중앙집중시스템형에서 벗어난 탈중앙화된 신원확인 시스템으로, 이용자의 신원 통제권을 플랫폼 제공자가 아닌 이용 당사자에게 돌려주자는 개념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아이콘루프 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이미 DID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ION이라는 DID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컨소시엄을 만들어 함께 DID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아이콘루프는 이달 내 출시 예정인 DID 서비스 '디패스'를 플랫폼 비즈니스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디패스를 블록체인 증명서 발급 서비스 '브루프'와도 연동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디패스에 접목시켜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 "DID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기 위한 관문"
-아이콘루프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DID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DID란 무엇인가요?
"DID 기술은 자기주권 신원인증(self-sovereign identity)을 구현할 수 있는 여러 기술 중 하나에요. 현실 세계에서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도 신원인증 통제·소유권을 사용자 스스로가 갖자는 게 셀프 소버린의 핵심이죠. 현실 세계에서는 신원 인증을 할 때, 신분증을 자신이 갖고 있다가, 보여달라고 할 때 자신의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주잖아요. 은행에 연락해서 제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하지 않죠.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려고 하면 페이스북에 내 신원을 인증해달라고 요구해야 돼요. 신원인증의 통제·소유권을 서비스 제공자가 갖고 있는 거죠.
지금 디지털 세계에서 쓰고 있는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공인인증서의 경우에는 공인인증서를 받아주는 공공, 금융 기관 외에 다른 곳에서는 쓸 수 없죠. 또 공인인증서는 마치 헬스장에 갈 때 헬스장 등록증이 아니라 주민등록증을 내는 것과 같기도 하고요. 필요한 정보만 인증하면 되는 데 말이죠. 공인인증서의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게 DID에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내가 결정해서 그것만 제공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아이덴티티 공유에 필요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려 관리하는 게 바로 DID 기술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DID 서비스에 뛰어든다고 보시나요?
"큰 변화의 시기가 왔다고 봐요. 기존에는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아이덴티티 서비스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해왔죠. 사용자들의 데이터, 아이덴티티를 사용해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면서, 그들의 수익은 전혀 공유하지도 않고요. 굉장히 불평등한 세상이었다는 걸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런 아이덴티티를 사용자에게 돌려주자는 큰 파도가 많은 기업들이 DID 서비스에 뛰어들게 했다고 봐요.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콘루프의 DID 서비스를 소개해주세요.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던 DID 서비스인 블록체인 기반 정보보관 앱 '마이 아이디(가칭)'가 지난 6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어요. 마이 아이디는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소비자의 신원 증명 절차를 줄여주는 인증 서비스인데요. 예를 들어, 기존에는 A라는 금융기관에서 고객신원확인(KYC)을 했더라도 B금융기관에 가게 되면 같은 내용의 KYC를 또 진행하게 돼요. 이런 절차를 간소화해 A라는 금융기관이 KYC 정보를 인증했다는 내용을 B금융기관에 내면 KYC를 하지 않고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마이 아이디에요. 기존 7단계를 거치던 본인확인 절차를 4단계로 줄였죠. 향후에는 단순 인증 서비스가 아니라 아이덴티티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금융ID를 일반 서비스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지금 금융권에서 하고 있는 KYC레벨은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높은 수준의 신원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는 이런 높은 레벨의 금융기관 아이덴티티를 범용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디패스라는 DID 서비스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디패스는 아이콘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에요.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를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주권형 ID죠. 자신의 디지털 디바이스에 신원정보를 직접 관리해요. 또 디패스에 여러 서비스를 접목시켜, 한 번에 ID 증명으로 여러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 해요. 아이콘의 여러 디앱들을 해당 아이덴티티로 매번 회원가입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블록체인 증명서 발급 서비스인 브루프와도 연동시켜 발급받은 증명서를 디패스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B2B쪽으로는 현재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입시스템에 디패스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협의 중이에요."
-디앱 스토어의 개념도 생각하고 계시는 건가요?
"일단은 디앱이 많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하죠. 저희가 디패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용자와의 접점이 생겨나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카카오도 카카오톡이라는 고객 접점이 있으니까 여러 다른 서비스들도 확보할 수 있었잖아요. 저희도 디패스를 통해 여러 서비스를 임베디드 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DID와 같은 아이덴티티 서비스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네. 플랫폼에 있어서는 아이덴티티 서비스가 매우 중요해요. 이오스도 보이스라는 SNS플랫폼을 출시하면서, 페이스북ID로 로그인해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이오스 플랫폼에서 직접 아이덴티티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어요. 어떤 플랫폼이든 자신들의 ID시스템을 쓰려는 이유는 아이덴티티 서비스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프레임워크가 되기 때문이에요. ID시스템이 단순히 로그인 서비스를 쓰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비스 확장을 위한 관문이 되는 거죠. 저희도 디패스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어요."
■ "블록체인 연결하는 표준 프로토콜 목표"
아이콘루프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인터체인 프로젝트인 '아이콘'도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인터체인 기술과 아이콘 메인넷을 통해 아이콘 리퍼블릭을 만든다는 목표다.
-아이콘 메인넷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대부분의 기능은 다 개발이 됐고, 마지막 단계만 남았어요. 마지막 단계는 메인넷을 운영할 노드(분산된 컴퓨터)를 모두 분산시키는 거예요. 지금은 아이콘재단이 모두 메인넷 노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오는 9월에는 P-Rep 선거를 통해 노드를 분산시킬 계획입니다. 그럼 백서에 약속된 것처럼 올해 내로 아이콘 개발은 다 끝나게 됩니다. 네트워크 수수료를 사용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가 낼 수 있게 하는 기능인 FEE2.0도 이달 내 메인넷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현재 아이콘 메인넷을 이용하는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은 몇 개인가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블록체인 개발 콘테스트인 아이콘 트랜잭션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콘 메인넷을 이용한 디앱이 많이 생겨나고 있죠. 대략 현재 40~50개 정도의 디앱이 아이콘 메인넷 위에서 돌아가고 있어요. 일일 트랜잭션 수는 백만 건 정도로 이더리움보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콘은 인터체인에 특화된 메인넷 프로젝트인데요. 인터체인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저희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합쳐져 하나의 플랫폼이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하나로 합쳐지게 하는 역할을 바로 인터체인이 하는 거고요. 하지만 실제 하나의 프로토콜로만 연결되진 않을 거예요. 인터넷도 TCP/IP 표준 프로토콜이 있지만,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이 모두 TCP/IP 규격 하나로만 연결되진 않잖아요. 이처럼 블록체인도 각각의 환경에 맞게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찾게 될 거라고 봐요. 아이콘도 그중의 하나의 프로토콜을 제시하는 거고요."
-어느 하나의 프로토콜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토콜이 같이 쓰이게 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하지만 인터넷도 여러 프로토콜이 있지만 결국 TCP/IP가 표준이 되었듯이, 블록체인도 표준이 되는 프로토콜은 정해질 것 같아요. 저희 아이콘의 BTP프로토콜이 인터체인계의 디팩토 같은 역할이 됐으면 하는 거죠. 그렇게 되려면 저희 메인넷도 잘 돼야 하지만, 연결할 다른 네트워크도 잘 돼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퍼블릭 블록체인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블록체인과의 연결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어요. 분산화돼있는 만큼 합의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그래서 퍼블릭 블록체인 연결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있어요. 또 지금은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기술 수준이 토큰만 왔다 갔다 하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에요. 누군가는 인터체인이라고 하면 그걸로 어떤 걸 할 수 있냐고 웃을 수 있지만, 인터체인은 지금 당장의 현실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시장과 패러다임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미래에는 어떤 메인넷을 쓴다는 컨셉 없이 여러 메인넷이 올라가 있고, 그 위의 서비스를 서로 다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인터넷처럼 하나의 연결된 블록체인 플랫폼이 될 거라고 봐요."
-아이콘루프의 인터체인 말고도 코스모스 등 여러 인터체인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콘루프의 인터체인이 다른 인터체인과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대부분의 인터체인은 원투원(One to One)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저희 BTP 프로토콜은 원투원뿐만 아니라 가운데 허브를 통해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프로토콜이 되려 해요. 엔터프라이즈와 퍼블릭 하나만 연결하는 게 아니라 여러 퍼블릭,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아이콘 네트워크 허브를 이용해 연결하는 거죠. 한 번에 복수의 통신을 할 수 있는 인터체인 프로토콜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 "분산환경, 비즈니스 방식과 관점 자체를 바꿀 것"
김 대표는 공개키기반구조(PKI) 솔루션 전문업체인 비티웍스의 창립멤버다. 15년 동안 주로 인증서 시장 쪽에서 일해왔다.
-보안 회사에 계시다 어떻게 블록체인 업계로 오시게 됐나요?
"공인인증 시장에 있으면서 항상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공인인증기관이 사실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기업이고, 실제 돈을 내는 고객들은 사용자가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이죠. 그러다 보니 공인인증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 서비스에 반영되는 게 아니라 공인인증기관이 정한 대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됐죠. 또 사용자들의 불만은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 향하고요. 이런 공인인증 시장이 참 이상한 구조라고 느껴졌어요. 사실 금융기관이나 서로 믿고 쓰는 사람들끼리 합의만 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이런 이상한 구조가 생겨난거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블록체인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봤어요. 실제로 2016년 블록체인 초창기 때는 블록체인하면 제일 먼저 인증에 적용하는 걸 많이들 생각했죠. 그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이 긴 호흡으로 트렌드가 될 거라고 봤어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이 트렌드가 될 거라고 보신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블록체인 기술 일부분이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 적용되기보다, 기존 컴퓨팅 환경 자체가 분산환경이 돼야만 블록체인의 철학과 가치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존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갑자기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전환되긴 어렵죠. 따라서 기존에 고도로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효율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단계를 거쳐 갈 거라고 봐요. 처음에는 간단한 유즈케이스를 몇 개 만들고, 그다음은 전체 프로세스에 일부분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그 후에는 외부에서 볼 때는 똑같은 비즈니스인데 뒷단에서는 완전히 블록체인으로 전환이 되는 거죠. 그 과정이 인터넷처럼 길게 갈 거라고 봤어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도 그 과정에서 큰 트렌드가 될 거라고 본 거예요."
-분산환경이 중요하게 대두될 거라고 보시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실제 요즘 비즈니스 환경을 보면, 기업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딜리버리하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사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방식보다는 플랫폼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는 방식으로 많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와 싸움이 될 수가 없죠. 택시랑 승차공유 서비스만 봐도 그렇잖아요. 결국 플랫폼을 어떤 식으로든 접목시켜야 하는데, 기존 회사가 이를 적용하긴 쉽지 않아요. 갑자기 기존 회사가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블록체인이 가진 분산환경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죠. 블록체인은 신뢰 획득비용이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서비스가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걸 쉽게 도와줄 수 있어요. 따라서 중앙화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경쟁적으로 빠르게 일어날 거라고 봤죠."
-올해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국내에서는 대부분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것도 의미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쪽의 B2B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 쪽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려 해요.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많아요. 그래서 그쪽의 민간 기업들이랑 미팅도 많이 하고 있고, 실제 서비스 구축을 논의하고 있어요. 바로 솔루션을 파는 건 아니고 시스템통합(SI)·컨설팅을 하면서 개념검증(PoC)을 하는 단계로 접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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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루프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목표는 뭔가요?
"아이콘 네트워크뿐 아니라 여러 인터체인으로 연결된 분산화된 환경이 많은 비즈니스를 재편할 거라고 봐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사회적·경제적·철학적인 관점 자체와 그로 인한 비즈니스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어느 한 플랫폼이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많은 사회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그런 비즈니스 재편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큰 가치를 주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저희 아이콘루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