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품질 자격증을 보유한 품질 전문가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품질협회가 주관한 마스터 블랙벨트(CMBB) 자격 시험에 자사 품질보증실 박신철 프로가 합격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미국품질협회 자격증을 9개 보유한 사람은 박 프로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자격증 7개와 8개를 보유한 사람도 전 세계에서 각각 14명, 13명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품질협회 자격증은 취득하기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혁신 및 품질을 담당하는 교육계에서는 9개 자격증 취득을 '70억분의 1명'이라고 지칭할 만큼 대단한 기록이라고 평가한다.
박 프로가 미국품질협회의 자격증에 도전한 계기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고객들의 높은 품질 기준과 프로세스를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박 프로는 1991년 입사 후 품질과 혁신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삼성SDI는 지난 2016년부터 사내 품질대학을 개설했다.
품질 대학의 강사로 합류한 박 프로는 품질 전문가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강의를 진행해 왔다. 자동차 배터리의 품질과 안전성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에 임직원들의 전문성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겠다는 판단에서다.
박 프로는 "품질 업무만 십수 년을 해오고, 사내 품질 교육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강의를 해왔지만, 그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게 되었다"며 "훌륭한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나부터 훌륭한 선배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스스로 먼저 공부하기로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고객들을 상대할 때 고객이 요구하는 프로세스와 품질관리의 수준을 정확히 알고 일해야 한다"며 "자동차 업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품질 인증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단순히 종이 증명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영어 교재로 공부하고 영어로 시험을 치르는 미국품질협회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박 프로는 주말마다 책상에 앉아 10시간 가까이 1천여 페이지가 넘는 영어 원서와 씨름했다. 교재를 덮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배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스스로 더 공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를 책상으로 다시 끌어 당겼다.
2017년 박 프로는 미국품질협회 국제품질기사(CQE)와 국제품질심사원(CQA) 자격증을 시작으로 국제신뢰성기사(CRE)와 국제소프트웨어품질기사(CSQE) 자격증까지 단숨에 취득했다.
이미 국내에서 미국품질협회 자격증을 4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박 프로 혼자였고 전 세계에서도 14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 프로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8년 국제검교정기술자(CCT) 등 4개의 자격증을 연이어 추가로 취득하게 된다.
지난 7월, 박 프로는 품질 엔지니어로서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자격인 마스터 블랙벨트(CMBB)에 도전했다. 마스터 블랙벨트는 당시 국내에 취득자가 없고, 세계에서도 100여 명만 가지고 있는 최고 수준의 '혁신 전문가 자격'이다.
특히 아무나 응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청자에 대해 전문가적 역량 보유와 업무성과 등을 심사해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의 기회가 주어진다. 시험을 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 [종합] ESS 우려 씻은 삼성SDI, 하반기 실적 '청신호'2019.08.25
- 삼성SDI, 2Q 영업익 2.9%↑…배터리·전자재료 모두 선방2019.08.25
- 삼성SDI, 볼보 전기트럭에 배터리 셀·모듈 공급2019.08.25
- LG화학·삼성SDI, 전기차배터리 출하량 나란히 4·5위2019.08.25
박 프로는 본인의 소견과 판단 기준, 프로젝트 지도의 핵심 포인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주제별 예상 문제와 모범 답안을 영문으로 작성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마스터 블랙벨트까지 한번에 취득하면서 세계 최초로 미국품질협회의 18개 자격증 중 업무와 무관한 자격 등을 제외한 전체 엔지니어 자격(9개)을 모두 취득한 전세계 유일의 품질 마스터로 거듭나게 됐다.
박 프로는 "회사가 품질경영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면서 품질 대학이라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기에 본인이 강사로 참여하면서 이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자격증과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삼성SDI 내에 나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많은 품질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