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에 무역역조 규모가 크다. 그래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는 한국이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시밭길이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부품·소재·장치 산업은 일본 만큼 발달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한국은 이에 대응해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일본도 동북아 안보상황을 고려해 한국과 서로 윈윈(Win Win)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한다. 양국의 반복되는 갈등 속에 한반도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일본의 정치학자인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강연(한·일관계, 진단과 해법)에서 최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한 해법을 이 같이 제시했다.
강상중 명예교수는 1950년 8월 12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와세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인 국적자 최초로 도쿄대학 교수에 오른 대표적인 동아시아 정치사상가다.
강상중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이는 역사·경제·안보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 이슈”라며 “올해 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한 ‘미래 지향적’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그만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관점이 매우 엄격해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 평창올림픽이라는 남북 분단의 끝이 시작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한반도에서 일어났고, 이후 한국의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아베 일본 수장은 ‘있을 수 없다’는 강한 발언을 했고, 이때부터 개인적으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현재의 상황은 동북아 안보의 큰 변화 속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와 함께 경제문제로써 한국의 혁신적인 이익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와 관련된 여러 일본의 핵심부품 제재가 이뤄진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특히, 강 교수는 이번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 제외조치가 범정부 차원의 판단이 아닌, 일본 경제산업과 아베 수상 사이에서 진행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본 내부의 여론을 들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일본은 지금도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무역보복조치라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 수출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무역통상상의 관리 문제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문제의 원인은 한국의 전략적인 물자에 관련된 안보상의 우려”라며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일본 수상간 사이에서 진행된 문제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헤게모니를 쥐고 주도한 결과, 외교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조치(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범정부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인 결정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한일 갈등 상황)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주장하는 수출관리 강화는 안전보장상의 우려라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와 관련이 돼 있는데 당초 일본 측의 발표와는 모순점이 있다”며 “당초 일본 정부는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관리제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안전보장상의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그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본 정부의 3가지 수출품목 제한 조치에 대해 일본의 경제신문들의 논조는 이건 분명히 GATT 위반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일본에도 경제적으로 피해할 클 것이라는 논조가 존재했다”며 “한 경제신문은 와세다 대학의 한 경제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것은 어디까지나 안보상의 문제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면 일본이 GATT 21조를 주장해도 이번 사태는 역사문제에 대한 경제제재라는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미국이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앞서 중재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 역시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중개하려고 했지만, 일본의 의지가 너무 강해 2일 각의 결정(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의 문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포괄적 군사협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인데 한국이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 일본 사이의 상징적인 금이간다고 미국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일본에 있어 결코 유리한 결말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한국이 불매운동 등의 각을 세우기보다 실리적인 관점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본 역시 한국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 움직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 규모는 650조원에 달하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는 한국이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시밭길이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부품·소재·장치 산업은 일본 만큼 발달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이제라도 한국은 이에 대응해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한다”며 “한국은 일본의 대립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여야한다. 이걸 기회로 만들어 총력전을 펼쳐 앞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한국의 경제 자체를 버전업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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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일본을 경제적으로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3단계 통일론의 1단계 국가연합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으로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고, 미국과 북한이 실무자 협의가 완만히 이뤄져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 이뤄지고 미국과 북한 간의 타결이 이뤄지면 일본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접근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매우 역설적인 패러독스(역설)지만 최종적인 큰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일본에 가는 것을 한국 국민들이 보이콧하는 것은 결코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시민사회와 민간, 지자체의 교류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천만 명에 이른다. 냉정하게 한국은 이 기회(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한층 더 버전업 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 장애물을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국민들도 이를 적극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