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이자면서…전기차 추경 150억 삭감한 국회

'친환경차 예산' 둘러싸고 이견…'수소차 몰아주기' 지적도

디지털경제입력 :2019/08/05 18:43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거치며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기차 확대를 강조해 온 정부와 국회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5일 환경부 추경예산 사업별 편성 내역을 살펴본 결과, 전기차 보급 추경은 정부안에서 151억2천만원 줄어든 927억2천만원으로 편성됐다. 이로써 최종 예산은 본예산(5천402억5천600만원)에 국회 확정안을 더한 6천329억7천60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확대 예산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이견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소전기차와 함께 배정된 친환경차 예산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전기차 보급 추가경정예산이 151억2천만원 삭감된 927억2천만원으로 통과됐다. (자료=지디넷코리아)

■ "추경예산 삭감, 전기차 밀어주기 정책과 모순"

전기차 보급 예산은 전기차 구매 시 환경부가 지원하는 구매보조금을 포함해 충전 인프라 구축비, 민간 충전 인프라 확충에 따른 지원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용도별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초 추경안(1천78억4천만원)에 이 비용이 알맞게 포함돼 있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전기차는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와 휘발유 등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탈(脫)석탄 정책 확대와 함께 전기차 보급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선 상황.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오는 2022년까지 충전인프라를 확충해 전기차 43만대 운행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 달리 전기차 생태계는 불안하다. 구매율은 나날이 오르는데 반해, 정책과 인프라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매 보조금은 지난해 1천2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인하됐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도 아직 적지 않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보조금뿐만 아니라 인프라 확충 속도도 뒤따라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예산 삭감은 정부의 전기차 밀어주기 정책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150여억원이 삭감된 전기차 보급 추경과 달리, 수소차 추경은 그대로 통과됐다. (자료=환경부)

■ 수소차로 흘러들어간 예산…"별도로 편성해야"

같은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수소차 예산 몰아주기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 추경이 삭감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지원이 절실한 전기차 대신 걸음마 단계인 수소차에 전기차 몫을 준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수소차 보급 예산은 본예산(1천420억5천만원)에 추경안(844억800만원)을 그대로 합산한 2천264억5천800만원으로 확정됐다. 150여억원이 줄어든 전기차 보급 추경과 달리, 수소차 추경은 단 1원도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수소차 예산 확보를 위해 전기차 추경 예산을 깎았다는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현재 보급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서 오히려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차 예산이 부족한데 여기에 추가로 예산을 깎았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로 육성해야 할 수소차 예산이 따로 편성되지 않고, 되려 전기차로 가야 할 예산을 빼앗은 것"이라며 "다른 데서가 아닌, 수소차와 함께 묶인 친환경차 예산에서 빼갔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한편,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는 올해 상반기 총 1만7천346대로 집계됐다. 전기 버스 등을 제외한 일반 승용전기차 등록 대수는 1만7천202대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 비중은 2.6%로, 유럽연합(2.0%)과 미국(0.8%)을 크게 앞섰다.

반면, 상반기 국내 수소차는 총 1천462대 등록되는 등 판매량이 전기차에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신규 등록은 승용차가 아닌 대부분 수소버스 등 공공부문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