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완성차 수익성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웅철 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총괄 부회장(현 고문)은 지난 9일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또 "자동차 업체들은 수십년 전부터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수소전기차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한 때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에만 치중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양 고문의 발언은 이 같은 오해를 더 강화할 우려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 역시 대중의 오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전기차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수익성 타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협업과 차량 출시 등을 통해 서서히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현대차의 최근 행보를 살펴봐도 이런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현대차는 전기차 디자인 경험이 풍부한 BMW, 중국 NIO 출신 서주호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영입했다. 전기차 디자인 협업 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또 크로아티아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과 협력했다.
다른 업체보다 다소 늦더라도 제대로 된 전기차를 만들자는 게 현대차의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수소전기차 개발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리막과의 협력을 통해 고성능 수소전기차와 제네시스 수소전기차도 개발할 움직임을 시작했다. 또 최근 버스 등 수송업계에 수소전기버스 투입을 강화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서울 시내에 순수 전기 버스를 투입하는 등 전기 버스 강화도 힘쓰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를 순 있다. 하지만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는 주장을 펼치는 건 다소 위험해 보인다.
양 고문의 이날 발언이 다소 불편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는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 전기 버스의 배터리 용량을 늘릴 경우, 총 8톤 이상의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소전기버스나 수소전기트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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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이미 승용부터 상용까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과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양웅철 전 부회장이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이런 움직임을 상세히 소개했다면, 대중은 좀 더 쉽게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개발 의지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