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소관부처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두 수장이 한 부처로 일원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업무 분장에 대한 의견에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4기 위원회 성과 간담회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정책의 콘트롤타워가 일원화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업무를 두 쪽으로 나누는 퇴행적 조처로 방송은 근거도 모호한 무료방송 유료방송으로 나뉘고, 통신은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로 나뉘었는데 한 정부에서 방송과 통신 업무를 양 부처가 관장하는 어불성설이 잇따른다”고 지적했다.
■ 둘로 찢어진 방송통신 소관 부처
방송 통신 정책을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일원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과 통신 모두 규제 산업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기관인 방통위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 이효성 위원장의 의견이다. 미국의 FCC, 영국의 오프콤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체신부에서 이어온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 정책에 집중하면서 IC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힘이 됐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정책을 모두 관할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지면서 방통위의 정책 기능 상당 부분이 이관됐다.
이를테면 공익채널과 공공채널 선정조차 서로 다른 부처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나뉘게 됐다. 최근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대안을 두고서도 두 부처의 이견 폭은 좁혀지지 않는 문제를 겪었다.
이효성 위원장의 방송통신 정책 일원화 발언을 두고 같은 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오찬간담회를 진행한 유영민 장관도 큰 틀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상이 달라지고 방송 통신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원화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이효성 “방통위로 일원화”…유영민 “사전 논의 거쳐야”
이날 이효성 위원장은 깜짝 사의 표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2년 간 방통위원장을 맡으면서 아쉬운 부분으로 방송통신 정책의 이원화를 꼽았다. 4기 방통위 정책과제가 아니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줄곧 이야기해온 자신 의견을 피력한 것이고, 정부 조직 개편은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조직 개편은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정을 거친 뒤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정부 조직을 개편키도 했지만, 정권 도중에 국회 합의를 이끌어내 정부조직법 개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부터 방송통신 정책 일원화 필요성 논의가 꾸준하게 이어져 왔고 학계에서도 문제점으로 꼽은 가운데 두 부처 수장이 큰 틀에서 일치된 의견을 보인 점이 주목을 끈다.
다만 일원화 방법에 대해서는 이효성 위원장과 유영민 장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효성 위원장은 방송통신 영역이 규제와 관련이 깊은 만큼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영민 장관은 합의제 기구와 독임제 기구에 따른 정책 기능의 차이점을 들었다.
유영민 장관은 “정부 조직 개편 문제는 사전에 관련 부처끼리 검토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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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업무 분장이 어떤 것이 효율적이고 시너지가 날 수 있냐의 측면이지 문제가 있다와 없다로 구분할 수는 없다”며 “방통위가 합의제 위원회 성격으로 산업을 진흥하는 측면에서는 현재 체제에서 맞고 틀리고를 떠나 어려움이 있고,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통위 구성은 여야 추천으로 이뤄져 산업과 이해관계에 상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