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22일 공식 발표했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 보장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전면적인 개각에 맞춰 자진 물러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4기 방통위 2년 간 성과와 과제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2기로 새롭게 출발해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1기 정부 일원인 저는 청와대가 보다 폭 넓고 내각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17년 8월부터 방통위원장을 맡아 약 2년 간 업무를 수행해왔다. 3년 임기를 마치지 않은 가운데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가 새로운 위원장 후보를 지명해 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위원장 직무를 맡아 행정 공백을 최소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 깜짝 사의 표명...문 정부 2기 개각 맞물려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방통위 안팎의 분위기다.
다만 후임 위원장이 이미 물망에 오르내리면서 이효성 위원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보다 이른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 따르면 이효성 위원장의 후임으로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표완수 시사인 대표,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으로 당초 개각 계획에 변동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르면 이달 말부터 8월 말 내에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통위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후임 위원장이 청문회를 거칠 경우 3년 임기가 아닌 이효성 위원장의 잔여 임기 동안 업무를 맡게 된다. 약 1년의 임기만 수행할 수 있지만 4기 방통위 위원장에 이어 5기 위원장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이같은 전레로는 초대 위원장인 최시중 전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 이후 이계철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잔여 임기를 맡았으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하고, 이경재 전 위원장이 잔여 임기를 채운 뒤 2기 위원장으로 재선임 됐다.
■ “방송통신 업무 분장 문제 시정해야”
이효성 위원장은 사의를 공식 표명하는 자리에서 정부 조직의 업무 분장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업무가 일원화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며 “4기 방통위의 정책 과제는 아니지만, 한국 방송통신 정책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과 통신은 모두 규제에 얽매여 있고 통신과 방송 업무는 규제기관인 방통위에서 하는 것이 마땅하고 미국과 영국 등 모든 주요 국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방송통신 정책이 나눠진 정부 조직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나눠진 방송통신 정책 업무 분장에 대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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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방송통신의 융합으로 고도화되면서 구별키 어려운데 2008년 방통위 출범 당시와 달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업무를 두 쪽으로 나누는 퇴행적 조처로 방송은 근거도 모호한 유료방송으로 나뉘고, 통신은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로 나뉘었는데 한 정부에서 방송과 통신 업무를 양 부처가 관장하는 어불성설이 잇따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하루 빨리 시정되야 할 업무 분장으로 이원화된 방송통신 정책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처럼 일관성과 효율성을 상실하고 표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