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굿즈 대신 팬상품"…롯데홈쇼핑 언어교육 가보니

공공언어 강조 교육..."무심코 쓴 '우리말 파괴' 반성"

유통입력 :2019/07/21 11:20    수정: 2019/07/21 11:45

"아침에 홈쇼핑 방송을 봤는데, 쇼호스트가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틀린 표현입니다. Good morning(굿모닝)의 직역표현이기 때문이죠.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이렇거 말하는게 우리 언어예절에 맞는 표현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롯데홈쇼핑이 방송제작 인력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교육'에 참여해보니 평소 무심코 쓴 말이지만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찔한 생각도 들었다.

교육 당일 아침에도 보도자료를 쓸 때 '굿즈(goods)'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를 '팬상품'이라는 순화어로 바꿀 생각을 하지 못한 기자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홈쇼핑은 상품 판매 플랫폼인 동시에 전국으로 송출되는 방송이기 때문에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품격 있고 올바른 언어 사용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얻고, 올바른 방송 언어 사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홈쇼핑 언어 사용 지침서'를 발간하고 관련 실무자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중이다.

교육은 총 세 번 진행되며, 이날 교육은 쇼호스트(방송 판매자) 15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침서 집필자인 한은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이 강사로 나섰다.

먼저 한 선임연구원은 공공의 영역에서 쓰는 언어인 '공공언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 보다는, 우리말로 쉽게 만들어서 보급해야 한다"며 "홈쇼핑에서 색을 표현할 때 다양한 외국어 표현을 쓰고 있는데, 쇼호스트만의 전문 용어도 우리말로 쉽게 바꿔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어가 들어가야 세련됐다는 사대주의적 관점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상품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홈쇼핑 플랫폼인 만큼,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보다 친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선임연구원은 방송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친분에 따라 사적인 호칭이나 지칭어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언니', '오빠', '자기' 등 보다는 '씨'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배님', '후배님' 또한 방송에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잘못된 호칭을 사용하면 방송을 사적 공간으로 만들며 제대로 된 경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 선임연구원은 물건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사물 존대'나 '사물 의인화'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건을 '얘', '쟤'라고 표현하거나, 높임법을 지나치게 사용해 상품 그 자체를 높여 표현하는 것은 피해야할 표현이라는 얘기다.

한은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

아울러 방송에서 성차별적인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방송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세탁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사주는 사람이고, 아내는 당연히 그 고가의 제품을 받는 사람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여성과 남성을 명확히 구분 짓는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 선임연구원은 "'우리'나 '모두'라는 표현을 사용해 과거의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연구원은 외모 차별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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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어 방송에서의 이런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수현 방송심의팀 책임은 "홈쇼핑 방송에서 발화 주체가 쇼호스트이고,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집중 교육을 준비했다"며 "반복 교육을 통해 롯데홈쇼핑이 사회에도 좋은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