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안팎 악재 선제대응

경제성장전망치도 2.2%로 하향 조정

금융입력 :2019/07/18 11:21    수정: 2019/07/18 17:40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이주열 총재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단행됐다.

이번 조치는 수출 부진과 대일 무역 분쟁 점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018년 10월 수준인 연 1.50%로 결정했다. 2018년 11월 0.25%p 인상됐던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 전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이주열 총재가 지난 6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단행돼 '깜짝 인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선 7월 동결, 8월 인하를 전망해왔다.

'가계부채 증가 규모 축소·수출 부진' 적극 대응조치

이번 조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규모 축소·수출 부진에 대응하는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6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천억원 증가해 전년 동월 증가액 6조2천억원 대비 1조원 줄어들었다. 전월 대비로 비교해도 7천억원 축소됐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기금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계부채가 일부 안정되긴 했지만 수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부분이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미·중 무역 분쟁의 틈에서 수출 흐름이 크게 둔화된데다 최근 일본이 수출 제한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수출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3.7%나 감소한 44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10.9% 줄어든 401억달러다. 국내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24.8%, 석유제품은 24.9% 감소했다.

이 같은 대외 시장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장기 시장 금리가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하락했으며 주가와 원·달러 환율도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영향을 받아 상당폭 등락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국내 경기 하강 국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8일 금통위에서 2.5%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이보다 0.3%p나 낮춘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전문]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 세계경제는 미·중 무역부쟁 등으로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 등으로 주요국의 주가가 상승하는 등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은 소비가 증가세를 이어가겠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치(2.5%)를 하회하는 2%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의 하락세 지속 등으로 0%대 중후반의 낮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후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반을 나타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경로를 하회하여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금융시장에서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장기시장금리가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크게 하락하고 주가와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영향받으며 상당폭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증가세 둔화가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