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이주열 총재는 통화 정책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소수 의견이 나온지 12일 만에 이주열 총재가 '통화 완화'를 시사한 것이다. 지난 달 31일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은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이주열 총재는 "소수 의견이며, 거시 경제와 금융안정 등을 종합해 상황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의 이 같은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은 현재 국내 경제 성장 경로가 예측을 벗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월 금통위서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회복되고 하반기에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봤지만, 국내 경제성장의 가장 큰 하방 리스크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며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국내 5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459억1천만달러로 2018년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내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가 좀체 회복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5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75억3천700만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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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해, 국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분기보다는 4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는 7월 18일, 8월 30일, 10월 17일, 11월 29일로 네 차례다. 7월과 8월은 여름휴가로 인해 일시적 물가상승률 상승 현상이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엔 적기가 아니며, 금리 조정 효과를 두고볼 수 있는 11월 29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연 1.75%로 지난해 11월 0.25%p 인상 이후 동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