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통상갈등은 삼성선자, SK하이닉스 외에도 중소기업과 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 갈등이 봉합되기 보다는 오히려 확전될 양상이 보이고 있다.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한일 무역분쟁은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다.” -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대강 전략을 쓰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엄청나게 일본에 의존해왔다. 10년 동안 600억달러가 넘는 무역역조를 일본과 겪고 있다. 최대한 침착하고 실리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극복해야한다.” -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국내 소재·부품 산업 육성 위해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지원금, 개발비용 세액공제, 인센티브 제공 등 장기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일본의 조치에 맞대응한 보복조치에 나서기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을 주제로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번 통상갈등은 대기업인 삼성선자, SK하이닉스 외에도 중소기업과 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이번 조치로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일 갈등이 봉합되기 보다는 오히려 확전될 양상이 보이고 있다”고 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 역시 수출 제한을 비롯한 통상 정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하지만 이는 일본의 2차, 3차 보복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며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단순한 무역갈등이 아닌 경쟁국의 공급체인을 붕괴시키는 치밀한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조경엽 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보통의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해 0.15%~0.22%의 GDP 손실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GDP가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하는 효과가 커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의 GDP 증가는 미미한 수준(0.03%)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돼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일본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외교채널을 통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위원장은 “수출규제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화로 풀어야한다”며 “과거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일본과 중국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맞대응을 벌였지만, 아무런 국익도 얻지 못했다. 우리도 강대강 전략을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그간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에 의존해왔고, 10년 동안 600억달러가 넘는 무역역조를 일본과 겪고 있다. 최대한 침착하고 실리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극복해야한다”며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소재·부품을 빠른 시일 내에 국산화하고, 거래선을 다변화해 충격을 완화하고 대비해 우리나라 산업의 힘을 키우는 것이 다”라고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을 강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이 같은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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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창 센터장은 “국내 소재 산업은 지난 10년 간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국내 대기업이 일본 소재 가격을 인하하기 목적으로 육성한 측면도 있다”며 “응용 소재는 여전히 (기술력이) 부족하고, 특히 프리미엄 소재는 지적재산권 문제로 앞으로 10년 간 우리가 육성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차원에서 국산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부지원금이나 개발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 필요하다”며 “중견기업 제품을 확실히 사용하겠다는 증표나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을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 장기적인 청사진을 전략적으로 제공해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