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산업구조 개편 없으면, 韓 경제 L자형 장기침체 온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 주제로 산업미래전략 포럼 개최

디지털경제입력 :2019/07/09 17:32    수정: 2019/07/09 17:32

“향후 5년 이내에 산업구조 개편을 이뤄내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핵심 원천 기술 고도화의 실패, 대립적인 노사관계, 고급 인력의 부족이 문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 장석권 산업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향후 10년은 한국 경제와 산업, 제조업의 운명이 걸린 결정적인 시기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국회, 노동계, 시민사회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해야한다.” - 장석인 산업미래전략위원회 부위원장.

“디스플레이는 굉장히 어렵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과의 경쟁은 민간이 주도하는 우리가 이겨내기 힘들다.” -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자본은 있는데 인력이 없는 게 문제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계획을 세우고 행동해야한다.” -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

한국 경제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포함한 대외적인 불확실성의 증가로 장기적인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9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산업미래전략 포럼(한국 산업의 구조전환 : 한국공학한림원의 진단과 처방)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어두운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장석권 산업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은 수출의존 국가로 내수가 작아 글로벌 경쟁력이 생존수단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로의 전환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며 “공학한림원이 최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업계는 향후 5년 이내 산업구조 개편을 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답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산업계는 핵심 원천 기술의 고도화 실패, 대립적인 노사관계, 고급 인력 부족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저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고, 중국이 자체 국산화를 통해 대외의존도를 줄이면 우리는 수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포시즌스 호텔서 열린 '산업미래전략포럼'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실제로 중국은 첨단기술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중국제조 2025’을 추진하고, 산업로봇과 재생에너지, 스마트폰 칩셋 등에서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석권 위원장은 “중국제조2025 정책을 살펴보면 중국은 산업로봇 70%, 재생에너지 80%, 스마트폰 칩 40%를 국산화 목표로 내걸었다”며 “중국은 또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인 수단으로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펀딩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M&A 점유율은 2005년 7%에 불과했는데 2015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알짜 기술기업은 중국으로 다 넘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석인 산업미래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우리나라는 그간 가격대비성능을 앞세워 시장우위를 가져왔지만, 중국이 제조2025 정책을 추진해 이를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원천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산업계는 여러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향후 5년 이상 성장률 하락을 지속하는 L자형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산업계 역시 위기에 공감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고, 시장도 경기불황으로 전방산업이 감소하고 있어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더욱이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과의 경쟁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우리가 이겨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스플레이가 어느 곳에서나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에브리웨어 시대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중 각광을 받는 것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라 보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OLED에 대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어 향후 10년 간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우려를 전했다.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도 “신냉전이라는 변화의 시기에 위기는 L자를 그릴수도 V자를 그릴수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은 있는데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현실을 직시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 같은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기업 주도의 산업구조 개편을 제시했다.

기존의 산업구조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미래에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속 성장 산업군’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위기를 맞고 있는 ‘구조개편 산업군’, 바이오 헬스케어 등 앞으로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신성장 산업군’으로 구분하고, 향후 1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변화해나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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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인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나서 산업구조를 개편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적으로 이에 나서야한다”며 “지속 성장 산업군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사업구조를 점진적으로 재편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정부가 이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개편 산업군은 신속한 구조 개편이 진행돼야한다.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고부가 제품으로 선제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신성장 산업군은 상용기술 개발, 독자기술 확보, 우수인력 확보 등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양한 규제샌드박스의 확대, 자유특구 지역의 확대, 중장기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대해 전략을 구성할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