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구광모 회장은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발빠르게 진행하는 한편, 대내외적으로 적극 소통하면서 LG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주도로 LG그룹은 과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다소 보수적이고 느리다는 이미지 대신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5월 별세한 故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2006년 LG전자 재정부문 대리 입사 후 12년 만이었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LG그룹 총수로서 구광모 회장의 행보는 선대 회장과 달랐다. 구 회장은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토론을 거친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 내외부 협업을 강조한다.
구 회장이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 당시 그를 바라 본 LG 인사는 "구 회장은 겸손하고 합리적인 품성으로 직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 각인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평소 그의 품성 그대로 평가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불필요한 건 버린다'...사업구조 개편 결단력
과거 한국 대기업은 대규모 선단식의 경영을 해왔다.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LG의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업을 청산하고, 신규 사업을 위한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1년간 LG그룹이 진행하거나 추진중인 매각 작업은 10여건에 달한다.
LG그룹은 LG퓨얼셀시스템즈를 올 초 청산하기로 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전자는 하이엔텍, LG히타치솔루션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 경영권 혹은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G U+는 결제사업부(PG) 매각을 준비중이다.
LG전자는 평택의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 생산기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주)LG의 LG CNS 지분을 35% 이상 매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부문 매각도 추진되고 있다.
청산 작업과 함께 신규 사업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LG U+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를 8천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조명업체 ZKW를 1조4천440억원에 인수했다.
■ 인재 확보 총력, 순혈주의 타파
그는 외부 수혈로 인재를 빠르게 영입해갔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LG화학 최고경영자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또 작년 11월 첫 인사를 실시하며 자신의 체제를 본격 구축하기 시작했다. 외부 인사 영입이 대폭 이뤄진 인사였다. LG의 순혈주의가 급격히 흐려지는 계기다.
홍범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주)LG 경영전략팀장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에,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 출신 은석현 전무를 LG전자 VS(자동차부품)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 김이경 상무를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영입했다.
각 계열사 인재들은 지주회사로 모았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주)LG CSR팀장으로, 이재웅 LG유플러스 전무는 (주)LG법무팀장으로 임명됐다. 정연채 LG전자 전무는 (주)LG 전자팀장, 강창범 LG화학 상무는 (주)LG 화학팀장, 이재원 LG유플러스 상무는 통신서비스팀장, 김기수 LG상사 상무는 (주)LG 인사팀 인사담당을 맡았다. 신규 선임된 이남준 상무는 (주)LG 재경팀 재경담당, 최호진 상무는 (주)LG 비서팀장을 맡았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장에는 TV 사업을 맡아온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을 겸직시켰다.
올해엔 (주)LG 대표이사 COO 권영수 부회장을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사내이사에 선임했고, LG U+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현재 LG전자, LG U+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 실용주의 문화 속 신기술 개발에 각별한 애정
기업 문화를 바꾸는 시도도 이뤄졌다. 구 회장은 전 계열사의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LG전자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R&D캠퍼스에서 '살롱 드 서초'를 개관했는데, 이곳은 임직원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소통공간으로 마련됐다. 분기별 임원세미나는 'LG포럼'으로 대체되면서, 외부 강사 강연과 참석 임직원 토론 자리로 바뀌었다.
그는 융복합 R&D 기지로 건립한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작년 회장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가 LG사이언스파크였다. 신기술 개발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경영진과 회의에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며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 저 또한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 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LG 신년 행사는 처음으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렸다. 그는 신년사에서 고객과 인재를 강조했다. 지난 2월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공계 석박사과정 R&D인재 350명을 대상으로 연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활발히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LG 계열사의 혁신 성과를 시상하는 ‘LG 어워즈’도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렸고, 구 회장도 참석해 격려했다. 구 회장은 “과감히 도전하는 시도와 노력들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4월엔 미국의 투자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방문해 현지 스타트업 투자를 독려했다.
그는 3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신사업은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 받는 기업이 되도록 매 순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래 혁신 글로벌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R&D 역량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LG가 공을 들이는 신기술 분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상현실/증강현실(AR/VR)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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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구 회장은 산적한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LG그룹은 캐시카우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배터리, 전장,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새로운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장기화와 화웨이 제재 사태에 따른 대응도 쉽지 않은 문제다. 때문에 그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