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가 이끌어가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힘쓰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데이터가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강화할 '무기'가 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② KB국민은행 -윤진수 데이터전략본부 전무(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책임자 겸임)
③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상무)
④ 하나금융지주-김정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부사장)
⑤ NH농협은행
⑥ 한국카카오은행
하나금융지주 김정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부사장)는 '1등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이용한 메모리(SSD) 시장서 1위를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탠 주역이기 때문이다. 김정한 부사장은 1위의 경험을 하나금융지주와도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김정한 부사장은 현재 하나금융티아이 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도맡아 금융사의 기초 기술 체력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서울 역삼역 위워크에 위치한 하나금융티아이 집무실에서 만난 김정한 부사장은 기초체력의 핵심을 인재라고 짚었다.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풀어내는 인재야 말로 금융사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인재의 트레이닝과 현업과의 소통을 돕는 '거버넌스'의 역할을 수행해 1위 도약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구상한 데이터 전략 구체안은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다
■ 새로운 해결방식 찾는 인재가 기초체력
김정한 부사장은 하나금융에 몸 담은 이후 융합기술원에 더 훌륭한 인재를 모시는 일에 주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38명정도 융합기술원에서 일하고 있고, 국내외 박사 출신 10명 정도를 모았다"며 "금융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기초체력은 중요하다. 사람을 모으는 1단계가 완료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비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부사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한 부사장은 "예를 들어 9곱하기9는 쉽게 계산하지만 99곱하기99는 어려워진다. 이 때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100에서 1을 뺀 뒤 제곱하는 방식이다"라며 "석박사급 인재는 여러 형태의 과제를 연습한 사람이고 한 분야 기술에 대해 사색했던 사람들이다. 기술원의 전문 인력들은 표현할 수 있는 툴을 이해하고 답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융합기술원에는 컴퓨터·커뮤니티 공학·수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재가 근무 중이며 현업 직원들도 파견나와서 함께 일하고 있다.
김정한 부사장은 이어 "1단계는 좋은 사람을 많이 모은다였고 2단계는 현장에서 과제를 발굴해 결합, 3단계는 새로운 과제를 도입해 비상한다는 게 계획"이라며 "소통이 가능한 좋은 사람들을 모이게 해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변화의 시기, 미세한 차이가 '초격차'
김정한 부사장은 '머니뱅크'가 아닌 '데이터뱅크'가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가 이끄는 회사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데이터 뱅크인 것인데, 이를 위해 세 가지 데이터 과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김 부사장은 금융회사의 구조를 여신·수신·인프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여신은 신용평가 모델, 수신은 포트폴리오 조정이다. 또 인프라 관점에서 손님에 대한 만족도를 올리고 신뢰가 가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7~9등급이어도 상환능력이 있는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포트폴리오 조정은 로보어드바이저로 격차를 벌리는 방향을 보고 있으며, 텍스트로 감정을 인식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신용평가 모델과 로보어드바이저와 관련해 7월에 1차적인 내용이 나올 예정이고 곧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텍스트에서 감정을 읽는 기술 등을 위해 언어학자 채용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데이터 전략의 임계치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로 앞서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한 부사장은 "아직까진 데이터가 덜 쌓였다고 보는데 중간에 금융사들은 임계치에 도달할 것이고, 똑같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다 같을 때 2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융합 기술들이다. 2단계로 나아가느냐, 또 2단계에서 0.001~0.01%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느냐가 차별화가 될 것이고 결국 이게 초격차가 된다"고 부연했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전략을 잘 수행하기 위해 현업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김정한 부사장은 "어딜가나 현장에 답이 있다. 데이터는 현업의 이슈인데 정말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세스에 이런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봐달라"며 "올해 하반기에 구체안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기술 공부, 기술 인력의 현업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김정한 부사장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툴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면서 "기술 인력도 현장에 퍼져야 한다. 기술과 현업의 언어 수준이 통일돼 말이 통하는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개척 사업 성공열쇠, 최고경영자 의지
김정한 부사장은 과거 경험을 거론하며, 1등으로 가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가면서 앞서가야 하는데 삼성의 세컨드 팔로우 전략을 얘기해보고 싶다. 퍼스트 무버보다 세컨드 팔로우가 더 어려운게 상대가 안하는 걸 준비하고 퍼스트 무버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고 인재를 키워 기초체력을 다시고 맞다는 감(感)이 올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하나금융,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 과정 신설2019.06.18
- 우리은행 "기득권 버리고 디지털 생태계 강화하겠다"2019.06.18
- KB국민은행 "지금 데이터 전략은 기본…추가해 차별화한다"2019.06.18
- 신한은행 "비싼 시스템보다 데이터 쓰는 문화가 중요"2019.06.18
김 부사장은 "초반 개척 사업의 경우 성공의 키는 사람을 키우는 것과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굳건해야 한다"면서 "중간 임원은 자신의 성과평가(KPI)가 있어서 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이 확실히 이를 이해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내부 잡음이 나오거나 사람을 키울 때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최고경영자가 믿어주고 전략을 실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잠재력이 있는 약자를 보호하는 조직이 발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