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인 문체부와 복지부 또한 찬반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개최되는 e스포츠 행사에 참관해 업계와 게임 이용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는 文 대통령의 게임행사 참석에 대한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순방길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겸 컴투스 대표) 등 주요 게임사 대표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 등 게임업계 주요인사와 동행했다는 소식에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72회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포함된 국제질병사인분류 11차 개정안(이하 ICD-11)이 통과된 이후 게임업계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이번 순방으로 직접 게임산업에 대한 메시지를 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 WHO 게임질병 등록 앞두고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순방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동행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스웨덴 순방으로 문체부의 행보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제72회 WHO 총회에서 ICD-11이 통과된 시점부터 문체부와 복지부는 격렬하게 대치했다. 문체부는 WHO 총회 이전부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시도에 대한 반대의견을 WHO에 전달할 정도로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복지부는 WHO 총회 B위원회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했다.
복지부는 WHO 총회가 끝나자마자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문체부는 WHO의 결정은 권고에 불가하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이달 구성하기로 한 민관협의체 구성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두 부처가 전혀 상반된 입장과 행보를 보이자 이낙연 총리가 중재에 나섰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문체부와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라고 국무조정실에 지시했다. 관계 부처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조성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 지키기 나섰나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순방에 게임업계 주요인사를 동행한 것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2017년 4월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불합리한 규제 모두 바꾸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문 후보는 "한국은 게임 산업은 물론 e스포츠 분야에서도 최강국이었는데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 때문에 추진력을 잃고 중국에 추월 당하고 말았다.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만 바꿀 수 있다면 게임은 얼마든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해 게임업계의 지지를 받았다.
아울러 "청소년보호법의 일환인 셧다운제는 완화나 강화의 문제를 떠나서 업계 자율 규제가 준수돼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사후관리 및 게임 과몰입 예방 정책에 치중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게임규제 정책은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대책이 나온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진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서 문 후보는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킬러 콘텐츠산업의 중요 분야로 실질적인 산업육성과 지원체계 확립, 기반조성 등 다양한 부분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게임질병코드 등록 시 경제 위축 10조...경제 살리기 행보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 이후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게임과몰입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이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파악한 결과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매출은 22.7%, 해외매출은 16.9%, 종사자 수는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게임산업의 경제적 위축 효과는 약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약 13조1천억 원에 달하고 7조 원 수준의 수출을 기록하는 게임산업은 콘텐츠 산업을 지탱하는 굳건한 축이다. 경제 살리기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현 정부가 게임산업의 위축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 WHO 게임질병 등록 철회 가능한가
게임업계의 관심은 과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될 것인지 여부다. 통계청이 오는 2020년 예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 개정안은 ICD-10을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ICD-11에 등재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에 이뤄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때까지 KCD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지속적으로 WHO에 반대입장을 전하고 이에 근거가 되는 연구 결과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아예 무효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HO 총회 안건을 검토하고 때에 따라서는 수정 및 삭제까지 진행하는 보건의료화 표준화 협력센터(WHO-FIC)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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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오는 10월 개최되는 WHO-FIC 논의에서 ICD-11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절차가 남았다. 또한 2022년에 ICD-11 시행 이후에도 WHO-FIC가 문제가 되는 항목을 수정할 수 있다. WHO-FIC에 지속적으로 게임이용장애가 이렇다 할 근거 없이 결정됐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 국장은 " WHO-FIC나 KCD 논의 과정에서 게임업계와 협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의견을 전달하면 WHO의 게임 질병 등재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