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인 문체부와 복지부 또한 찬반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개최되는 e스포츠 행사에 참관해 업계와 게임 이용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는 文 대통령의 게임행사 참석에 대한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순방길에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e스포츠 친선교류전을 직접 참관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이번 e스포츠 친선전에는 대통령 순방길에 함께 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겸 컴투스 대표)가 동석했다.
또한 게임 주무부처를 이끌고 있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 등도 함께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 친선전은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이날 오후 약 10시 40분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e스포츠 경기 참관 역대 첫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서머너즈워 친선전 첫 경기가 끝난 직후 직접 인사말을 남겨 큰 호응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양국 젊은이들이 어울려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방문했다. 스웨덴 국왕님과 함께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직접 관람해 보니 e스포츠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잇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빠른판단과 실력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 보여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스포츠는 스포츠의 또다른 종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8년 아시아 e스포츠 시범 종목 채택되기도 했으며, IOC에서 e스포츠와 전통스포츠의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5G 등장과 함께 더 놀라운 속도로 e스포츠가 변화 발전했다. 한국은 게임 강국이면서 5G를 이끄는 선도국이다”라며 “오늘 만남을 통해 스웨덴과 우리나라 젊은 이들이 친밀감을 더 높이길 기대한다. 양국이 첨단산업에서도 협력을 늘려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文대통령이 관람한 한-스웨덴 e스포츠 친선 교류전은 어떤 경기?
이번 친선전은 우리나라와 스웨덴 양국 e스포츠 협회가 준비한 첫 e스포츠 국가대항전이다.
종목은 우리나라 대표 모바일 게임사인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와 미국 유명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다. 서머너즈워는 모바일RPG(역할수행게임) 장르, 리그오브레전드는 PC MOBA(적진지점령) 장르다.
RPG는 캐릭터 육성 및 수집과 아이템 파밍 등의 맛을 살린 장르라면, MOBA는 스타크래프트처럼 전략적인 플레이를 통해 상대 이용자의 진지를 점령하는 장르로 요약된다.
이날 오후 약 10시40분 부터 11시30분까지 진행된 서머너즈워 친선전은 우리나라와 스웨덴 대표 선수가 글로벌 이용자 대전(PvP) 콘텐츠 월드아레나를 통해 각 1차례 총 3차례 단판으로 맞붙었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게임 기획에 참여한 스누티, 지난해 챔피언 빛대, 인플루언서 심양혼이 출전했다.
자정 이후 시작된 리그오브레전드 교류전에는 지난해 대학생 배틀에서 우승한 전남과학대팀과 스웨덴 대표팀이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e스포츠는 축구, 야구, 농구 처럼 특정 자격을 갖춘 선수와 일반인들이 게임으로 승부를 하는 경기를 뜻한다. 온라인 게임이 중심이었지만, 컴투스가 지난해 서머너즈워를 통해 모바일 게임도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 게임사 대표와 함께 참관…지속적인 소통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e스포츠 친선전을 참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산업 인식 제고와 게임 종사자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한 행보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게임 관련 행사, 그것도 친교를 위한 바쁜 순방길에 직접 게임사 대표들과 e스포츠 경기를 참관한 것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돼 몸살을 앓고 있는 게임 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셈이었다.
문 대통령의 게임 산업에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두 차례나 게임사 주요 임원을 초대해 의견을 들었다. 지난 1월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와 2월 ‘벤처 및 유니콘 기업인 간담회’였다. 김택진 대표는 두 차례 모두, 방준혁 의장은 한 차례 참석했었다.
청와대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는 벤처 및 유니콘 기업인 간담회 자리서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의 진입이 어렵다”며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박양우 장관 역시 지난 달 경기도 판교에서 게임업계 관계자와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고, 이후 게임 관련 규제 개선 및 폐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한국 홍보와 수출 효과 동시에 충족하는 최적화된 콘텐츠 ‘게임’
게임은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문화콘텐츠 산업 수출 규모를 보면 게임은 비중 약 60%에 달한다. 영화와 만화, 음악 등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게임이 확산성과 지속성, 수익성 등을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13조1천423억 원이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2천300만 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해외에서 게임한류를 일으켜 우리나라의 문화와 기술력을 알렸고, 우리나라 e스포츠 선수들이 세계 대회의 상을 휩쓸며 연예인급 인기를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게임도 우리나라 홍보대사 역할은 충분히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규제 대상이고, 이 때문에 추가 성장은 불투명한 상황이다.우리나라에는 샷다운제 등 실효성이 없는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게임 서비스사 스팀 등과 등급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시간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해당 규제는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의 야간통행금지와 비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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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보건복지부와 일부 의료단체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기회로 게임과몰입을 마약과 같은 중독성 질병으로 규정하려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정치인과 단체에선 치료를 위한 기금 마련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게임 산업 인식 제고 노력과 게임 산업 챙기기 행보가 어떤 나비효과로 나타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보여준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업계에 새 희망의 불씨가 되고, 더 나아가 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