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을 나답게'…밀레니얼 세대에 꽂힌 삼성

취향 존중 전략 구사·사내에 ‘밀레니얼 커미티’ 조직 운영도

홈&모바일입력 :2019/05/31 14:50    수정: 2019/05/31 14:52

삼성전자가 최근 가전·TV 잠재 고객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태어난 인구집단)를 겨냥하고 있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이 밀레니얼 세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구 규모도 크다. 올해 국내 전체 인구수 대비 밀레니얼 소비자 비중은 약 22.2%다. 2016년 OECD 전 세계 인구 전망치 기준으로, 2019년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30%대 비중을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에서도 이미 큰손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CE 부문에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판매 의존도는 72%다. 삼성 TV 구매자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69%에 달한다.

■ 취향 존중 시대…‘가전을 나답게’

삼성전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개성과 취향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본다. 마이크로 LED나 비스포크 냉장고, 더 세로 TV 등이 올해 선보인 신제품들이 그 결과물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초 모듈 방식의 비스포크 냉장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티저 영상에 따르면 비스포크 냉장고는 가구 형태나 식사 취향 등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식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티저 영상 갈무리

올 초 삼성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는 모듈러 방식이 적용돼 사용 목적과 공간 특성에 맞게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은 “마이크로 LED는 화면 크기와 화면비, 해상도, 베젤 등 기존 디스플레이의 네 가지 제약을 모두 없앴다”며 “소비자에 따라 16:9나 세로 등 다양한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다 대응이 되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 사장은 지난 달 세로 방향의 스크린을 기본으로 하는 TV ‘더 세로’를 소개하는 발표회에서 “앞으로도 스크린 형태부터 사용 경험에 이르기까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취향 존중 스크린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취향 존중’ 전략은 국내 주거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삼정KPMG는 '신(新)소비 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주요 주거 형태 중 하나인 아파트는 수백·수천 가구가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개성 있는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각자 다른 취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취향 소비’가 주거 시장에도 침투하면서 주거 공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 백색 가전 이미지 탈피…젊은 이미지 제고

밀레니얼 마케팅 전략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는 좀 더 젊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신선한 브랜드라는 인식과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젊은 감성이 넘치는 장소를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TV를 선보이기 위한 팝업스토어 '새로보다'를 가로수길에서 운영 중이다. 가로수길은 다양한 쇼핑가, 맛집 등이 밀집해 있어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TV 팝업스토어 '새로보다' (사진=삼성전자)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은 단순히 집 안 생활을 돕는 전자제품 수준을 넘어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밀레니얼 마케팅은 전통적인 백색 가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 사내에 ‘밀레니얼 커미티’ 조직 운영도

삼성전자에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추구할 만한 가치를 연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도 따로 있다. 바로 VD 사업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다. 이 조직은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시장성 여부도 함께 밀레니얼 세대 눈높이로 고민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IFA 2018 자리에서 밀레니얼 커미티를 언급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제품, 서비스를 제대로 개발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해당 소비자층이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CE 사업부는 미래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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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9일 '더 세로'를 공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세로형 TV ‘더 세로’는 밀레니얼 커미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돼 탄생했다. 더 세로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기는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들이 세로 형태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VD 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은 “임원진이 모여 회의를 할 때면 밀레니얼 커미티 조직도 똑같은 내용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