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화웨이는 미국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까?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라이선스 계약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앞으로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메일, 유튜브 같은 구글 앱들을 쓰지 못한단 의미다. 구글 플레이도 선탑재할 수 없게 된다.
화웨이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2위로 뛰어올랐다. 또 2020년까지는 삼성까지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을 정도로 최근의 기세는 강력한 편이다.
하지만 구글의 이번 조치로 빠르게 질주하던 화웨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많아졌다.
■ "화웨이, 1분기 스마트폰 물량 49%는 해외시장서 팔아"
그렇다면 화웨이는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까?
화웨이는 중국에선 안드로이드 변형 버전을 쓰고 있다. 각종 구글 서비스도 선탑재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중국 내수 물량은 아무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화웨이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CNBC가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자료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1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 중 해외 시장 비중이 49%에 달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선 최근 1년 사이에 엄청나게 약진했다. 한 해 사이에 점유율이 10%P 가까이 상승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수요 대부분이 구글 안드로이드 덕분이란 점이다. 구글 플레이와 지메일, 유튜브가 제거된 화웨이 최신 폰을 굳이 구입할 이유가 없단 의미다.
구글의 저작권이 미치지 않는 중국과 달리 유럽에선 변형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활용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당장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화웨이 입장에선 ‘2020년 1위 등극’은 고사하고 시장 2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 아무리 중국 내수 물량이 탄탄하더라도 추가 확장을 위해선 해외 시장 공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텔, 퀄컴 같은 반도체업체들의 ‘칩 공급중단’ 선언 역시 화웨이에겐 치명적이다. 지난 해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조금씩 물량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오래 견디긴 힘든 상황이다.
■ "부품 수급, 미국업체 의존도 생각보다 높아"
물론 화웨이도 이런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구글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 개발작업을 진행해 왔다.
또 지난 해 중반 이후엔 부품 수급 문제에도 많은 신경을 써 왔다. CNBC가 니케이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웨이는 6개월 전부터 다른 업체들에게 공급 가능 여부를 타진해 왔다.
이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화웨이가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을 상황은 아닌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설사 자체 운영체제의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당장 안드로이드를 대신하긴 힘들 전망이다. 앱 경제에선 성능 못지 않게 ‘규모의 경제’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를 탑재하지 못하는 안드로이드폰은 사실상 별 매력을 갖지 못한다.
물론 아마존처럼 구글 플레이 없이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업체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막강한 자체 생태계를 갖고 있다. 화웨이와는 차원이 다르단 얘기다.
부품 수급도 마찬가지다. 화웨이가 제 아무리 미리 준비를 해 왔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수요를 모두 처리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기린이란 칩과 발롱 모뎀칩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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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문업체 폰아레나는 "화웨이의 미국 업체 의존도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미국 업체들로부터 칩을 구입한 규모만 11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 물량을 단기간에 대체할만한 곳은 없다고 폰아레나가 분석했다.
CNBC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구글이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야심에 사망선고를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