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레벨의 가젯] '프로애플러' 이베이 현은석 CTO

“화면 붙잡고 넘기는 것 같은 아이폰 감성에 매료”

인터넷입력 :2019/05/08 15:20    수정: 2019/05/09 08:43

잊히지 않는 설렘은 첫사랑만이 아니죠. 흐뭇한 미소와 함께 추억에 잠기게 하는 IT 가젯도 있습니다.

IT 기업에서 각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C레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 사용한 삐삐나 PDA부터, 부모님을 조르고 알바비로 어렵게 구입했던 데스크톱 PC까지... 처음 접했던 가젯에 대한 추억은 우리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의 ‘씨레벨의 가젯’은 IT기업 임원들이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가젯에 대한 추억담을 회상하고 공유하는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현재 사용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가젯, 그리고 앱 등도 함께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대학 전산실서 만난 PC...“새로운 세상이 열렸구나”

지마켓, 옥션, 지구(G9) 등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현은석 부사장은 가젯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프로그램을 짜면 다시 기분이 풀릴 만큼 뼛속까지 개발자인 현 부사장은 현재 애플 제품의 열혈 사용자입니다. 테스트용으로 쓰는 다른 스마트폰도 많지만 아이폰XS를 주로 사용하고, 노트북은 15인치 맥북프로를 쓰고 있습니다.

현 부사장이 갖고 있는 첫 PC에 대한 추억은 대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곳을 찾다 전산실을 발견한 현 부사장은 그곳에서 VAX/VMS라는 PC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함께 쓰다 보니 속도가 너무 느렸고, 그래서 세운상가를 찾아 IBM 호환 기종의 PC를 조립해서 개인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급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기계어로 번역하는 컴파일을 했을 때 바로 실행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그는 “아, 새로운 세상이 열렸구나”라며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삑~ 연결음이 나는 모뎀 연결을 통해 사설 채팅을 즐겼던 기억도 털어놨습니다.

“저는 컴퓨터하고 좀 잘 맞아요. 사람은 'A는 B다'라고 얘기하면 거의 예외 없이 'A는 B 다시'라고 이해를 하는데, 컴퓨터는 0을 넣으면 0이 나오고요, 1을 넣으면 1이 나와요. 뭔가를 하는데 있어서 명확한 아웃풋이 나올 수 있다는 부분이 참 좋았어요.”

■ 삼성 PDA폰 신선한 충격...아이폰 특유의 감성에 빠져

현 부사장이 인상깊이 기억하는 휴대폰은 삼성에서 나온 MITs 모델의 PDA폰입니다. 통신이 되면서 PDA 역할까지 하는 기기다 보니 아이폰 못지않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 특히 더 유용하게 썼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현은석 부사장은 초창기 안드로이드 폰을 잠깐 쓰다, 아이폰이 3GS 차기 모델을 내놓으면서 애플 세계로 입문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기기는 거의 쓰지 않고 아이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아이폰 ‘손맛’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종들은 주로 하드웨어 속도 경쟁을 해요. 화면 넘어가는 속도를 굉장히 빠르게 하려고 굉장히 좋은 하드웨어 스펙을 구비했었어요. 그런데 아이폰은 그렇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비교적 저렴한 하드웨어를 갖고, 성능은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 큰 성능이 필요하지 않는 정도의 디튜닝과 튜닝을 한 것 같아요. 아이폰에서 화면을 넘기면 내가 붙잡고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감성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가 (아이폰을 쓰게 하는 여러 이유 중)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현은석 부사장이 평소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 왼쪽부터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갤럭시노트9, 구글픽셀3XL.

현은석 부사장이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XS를 비롯해 아이폰XS 맥스, 갤럭시노트9, 구글 픽셀 3XL 등 4개나 됩니다. 여러 기종의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늘 써봐야 여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출시를 미룬 갤럭시 폴드 제품도 구입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현재로써는 조금은 빠르게 상용화된 게 아닌가 싶다”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현 부사장은 한쪽에는 상품 목록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는 해당 상품과 관련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어 높은 활용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 스크리브너, 노션 애용 프로그램...“기술 이해도 큰 씨레벨 되고파”

현은석 부사장이 사내에서 전동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평소 애플 앱스토어에서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현은석 부사장이 현재 유용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스크리브너’라는 자료 정리 툴입니다. 논문이나 학습 자료를 정리할 때는 스크리브너를 쓰고, 또 옛 감성을 주면서도 자료를 정리할 때 도움을 주는 ‘데본씽크’도 사용 중입니다. 아울러 최근 ‘핫’ 한 ‘노션’도 할 일을 정하거나 미팅 등 일정을 관리할 때 주로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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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석 부사장이 어렸을 때부터 가져 온 꿈은 ‘집에 모든 것들을 다 자동화 하고 싶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시대가 됐는데, 지금까지는 일에 치이고 바쁘다는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시간을 내서 꿈으로만 간직했던 집의 모든 것들을 자동화하고,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는 씨레벨이 되고 싶다는 게 현 부사장의 계획입니다.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나 이런 거라도 좀 프로그래밍도 하고, 인공지능 스피커도 좀 만들어보려고요.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좀 내서 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고 여기에 맞는 새로운 결정을 해줘야 하잖아요.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씨레벨이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유회현·김지학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