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춘들이 부푼 꿈을 안고 생활 전선에 뛰어듭니다.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택하고, 일부는 창업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울타리 밖 세상은 사면이 절벽이고 찬바람이 쌩쌩 불기 일쑤죠. 그럼에도 그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간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싶은 팁 하나만 알려달라고 말이죠. ‘이프온리’(If Only, 부제: 나의 실패 성공기)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소망의 메시지를 하나씩 담으려 합니다. 그들의 실패 속에서 성공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편집자주]
“돌이켜보면 직장인으로 회사를 다닐 때 경치를 봐야 하는데 많이 못 봤던 것 같아요. 그냥 운동화 신고 산을 오른 뒤 멋있다 하고 내려오고, 그렇게 경치를 좀 즐겼어야 하는데 옆에 경쟁자를 너무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크든 작든 성과에 만족하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그랬으면 일이 그렇게 빨리 지겨워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천세희 더자람 대표는 지난해 말 20년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오래 일했고, 또 잘했고, 이제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서 말이죠. 멋지게 떠났지만 천 대표는 몇 달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창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주의 한적한 삶이 금세 심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든 회사 더자람은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하는 초기 스타트업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게 사업모델입니다. 천세희 대표는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어엿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브랜딩, 마케팅, 경영 등을 세심히 코칭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나오는 김주영 선생님의 ‘천사 버전’이라고 할까요. 사업인 만큼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답을 찾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94학번인 그는 IMF 시절을 온 몸으로 경험하며 어렵사리 대우증권 콜센터 상담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네이버, 맥도날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서 고객센터 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혁신해 왔습니다. 덕분에 업계에서도 꽤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제는 창업전선에 막 뛰어든 새내기로, 출발선에 선 그가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은 “경치 좀 즐기고 바람도 쐬고, 햇살도 즐기면서 나만의 레이스를 펼쳐라”입니다.
천 대표는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고,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회사에 더욱 밉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오래 일하다 보니 그 만큼 빨리 지치고 말았습니다. 또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 때문에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듯 좀 마음을 가볍게 먹고, ‘경쟁’ 대신 ‘경험’에 집중했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20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나니 들었다네요.
“내가 더 일을 잘해야 하고 사람들한테 책 잡히면 안 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강박관념을 회사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가졌던 것 같고요. 세상 사람들은 다 나보다 하나라도 잘났어요. 나의 실패나 내가 안 되는 이유를 내가 갖지 못한 것에서 찾다 보면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자꾸 옆에 사람들과 비교하면 계속 내 자신이 초라해지잖아요. 이렇게 볼 때 저는 직장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천세희 대표는 다시 시간을 되돌려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가 된다면 창업이 아닌 직장생활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에서 얻은 경험이 값지고 소중했기 때문이죠.
“직장에서 배운 게 매우 많기 때문이에요. 회사는 돈 받고 실패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거절당하는 것을 직장에서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실패를 안전한 공간에서 많이 했었던 것이 지금 저의 맷집과 담대함을 키워준 것 같아요.”
지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토대로 이제 그는 스타트업 코디네이터로 인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들도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이런저런 조언과 지원을 하지만, 천 대표는 좀 더 섬세하고도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각 회사나 대표들의 눈높이에 맞춰 일대일 맞춤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스타트업들은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해요. 조직 이슈도 있고, 정확하게 자기 브랜드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 이런 것들을 얇고 넓게 알려주는 사람이 잘 없어요. 브랜딩 전문가 따로, 마케팅 전문가 따로 있다 보니 돈 없는 스타트업들이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기 힘들어요. 더자람은 이런 스타트업들을 위해 교육도 하고, 각 분야별 워크샵과 컨설팅을 지원해주는 회사로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어요.
저는 스타트업 분들을 만나면 이렇게 해야 돼, 당신 잘못하고 있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스타트업 대표는 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냥 참고만 하세요, 라고 말해요. 정리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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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희 대표는 예전보다 현재 업무 강도가 약 3배 정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입은 더 적어졌고요. 그럼에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들과 비교하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라고 합니다.
“제가 뭔가 세상에 보탬이 되고, 나의 경험이 상품화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보여주기 위해서 악바리처럼 살았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한테 잘한다고 북돋아 주고 있어요. 오늘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묵묵히 자기만의 레이스를 펼치는 게 가장 멋있든 일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자기만의 레이스를 펼치세요.”[영상=김지학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