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ZD ‘배민신춘문예’ 도전 실패기

[지디가 간다] 5500:1 경쟁률 뚫고 탈락

인터넷입력 :2019/04/22 15:33    수정: 2019/04/22 17:32

배달음식 중개 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 하는 우아한형제들이 5년 째 봄만 되면 개최하는 전국민 대상의 행사가 있습니다.

대상을 차지한 1인에게 치킨 365마리를 증정하는 ‘배민신춘문예’입니다. 총 상금 치킨 약 500마리, 도서 100권이 걸린 이번 백일장 소식을 듣고 지디(ZD) 팀원들은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중고등학생 때 백일장에서 글짓기로 상장을 받아 들던 그 때 그 영광을 떠올리며 야심찬 도전에 나섰습니다.

때는 3월 초, 장소는 서교동에 위치한 지디넷코리아 회의실. 음식을 주제로 한 백일장인 만큼 실제로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시상을 떠올리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각자 지난해 수상작들을 면밀히 검토 하며 배민신춘문예 특유의 감을 익히고자 정신을 집중했습니다. 여느 백일장과 달리 ‘풉’ 하게 웃기거나, ‘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글짓기와는 다른 감각을 끌어 모으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배달음식을 먹으며 배민신춘문예 출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다.

사전 조사를 마친 지디 팀원들은 점심 식사시간을 아껴 회사 회의실로 집결했습니다. 또 지디넷코리아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배달의민족 앱에서 치킨과 김밥, 떡볶이 등을 주문하고 본격 작문에 들어갔습니다. 음식이 배달 오기 전 각자가 생각한 시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이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평소 딱딱한 기사체에 익숙한 지디 팀원들이 내놓은 작문 실력은 초라했습니다. 너무 뻔하거나 밋밋하거나 과격한 문장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러다 치킨 한 마리 구경도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할 무렵, 주문한 음식들이 속속 지디넷 사무실로 도착했습니다. 애초 취지대로 배달 시켜놓은 치킨과 여러 음식들을 직접 먹으면서 시상을 떠올리자고 했기에 작문을 중단하고 허기진 배를 달랬습니다. 역시 배가 불러오니 조금은 참신한 시상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스시마셈(초밥집 사장 왈) ▲덕업일치(치킨집 사장) ▲미안하면 스시사셍, 고마우면 오마카세(스시장인) ▲예서야 치대가야지(치킨대학) ▲아마존 웹 서비스(AWS, 물타지않은 맥주 클라우드) ▲We wil We will 락교(스무디퀸) ▲아갈머리를 확 찢어주세요(더 많이 먹게) 등 짧은 시(?)가 완성됐습니다.

1인당 응모 개수 제한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각자 모바일로 출품하기로 약속한 지디 팀원들은 사무실에 남아있는 지디넷코리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투표에 착수했습니다. 일반 기자부터 데스크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화이트보드에 붙은 배민신춘문예 응모작에 투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결과는 김민선 기자가 작성한 ‘스시마셈’이 무려 ‘3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 간, 수상하게 되면 치킨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혹시 1등이라도 되면 매일 회사로 치킨 1마리씩 배달을 시켜야 되는 건 아닐까 돌이켜 보면 쓸 데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배민신춘문예 포스터.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4월11일 우아한형제들은 제5회 배민신춘문예 수상작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25만 건의 응모작이 모여 역대 최다 참여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죠. 대상 수상을 위한 경쟁률이 5500:1이었다니 지디 팀의 탈락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수상은 헛된 기대와 희망이었던 셈이죠. 배민신춘문예는 2015년 이래 현재까지 누적 응모작이 57만 편이라고 합니다. 인상적인 역대 수상작으로는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박수칠 때 떠놔라 -회’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대상은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사골국물’이 차지했습니다. 수상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부상으로 1년 동안 매일 먹을 수 있는 치킨 365마리가 부상으로 수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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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작품으로는 ‘난 한방이 있어 -삼계탕’, ‘커:보니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오늘도 커피’, ‘대창 무순 소라를 한우 건조 염통 모르겠네 -내가 좋아하는 거 얘기하는 거야’ 등이 선정됐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생했을 당신 -누룽지’는 교보문고 특별상 수상작으로, 책 100권이 수여됐습니다.

배민신춘문예 출품작들을 화이트보드에 붙인 뒤, 지디넷코리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비록 지디가 간다 팀의 배민신춘문예 도전기는 완전한 실패로 끝났지만, 맛있는 배달음식을 먹으며 학창 시절로 돌아가 오랜만에 창작열을 불태운 추억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부족한 많은 것 중 ‘유머’와 ‘센스’도 포함된 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나머지 재참여는 않겠지만 내년 봄 다시 찾아올 배민신춘문예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