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확실성 높아진 방송시장, 누가 만들었나

국회,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 연장…이달 16일 이후 재논의키로

기자수첩입력 :2019/05/03 08:08

투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불확실성’이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불확실성보다 낫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떠돌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기업은 원활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투자가 어려운 만큼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산업도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하기 어렵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규제인 ‘합산규제’를 두고 국회가 고민을 거듭한 결과다. 케이블TV와 IPTV 간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고 외국계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국회의 ‘합산규제’ 논의는 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의 법안 2소위 현장 모습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법안 2소위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초부터 합산규제 논의를 미뤄오던 국회는 이날 소위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자신했으나, 이날도 뾰족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진전은 있었다. 과방위는 시장점유율 사전규제를 폐지하고 대안으로 사후규제 방안을 도입하기로 큰 틀에서 방향을 정했다. 국회는 이달 16일까지 정부가 제출한 사후규제 방안을 검토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도입하되, 보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합산규제를 한시적으로 연장하겠다는 뜻이다.

합산규제에 각종 방송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다고 바람직한 건 아니다. 정부가 또다시 최종 결론을 미루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게 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를 인수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지만, KT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오는 7월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딜라이브도 숨죽인 채 국회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선 자사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회와 정부가 뾰족한 결론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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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국회 과방위는 오는 16일 이후 정부의 사후규제 방안을 제출받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에 얼마간 시간이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다. 여·야간 갈등이 중간중간 끼어들 경우, 언제쯤 최종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회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최대의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일이 언제나 최선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신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이유가 국회의 정쟁에 있었다는 점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