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두고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됐다. 국회가 그 이후로도 1년 가까이 합산규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활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6일 오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도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국회 과방위는 다음 달 논의를 통해 합산규제 재도입을 최종 논의키로 했다.
■ 두 차례 연기 끝에 또 결론 유보
앞서 과방위는 지난 1월 합산규제에 대해 논의한 이후 매월 법안소위 개최를 미뤄왔다. 결국 3개월 만에 재개된 소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최종 결론을 다음 달로 미룬 셈이다.
이날 여당은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떠나 점유율 규제 방식의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제출한 사후적 규제 방안을 검토해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점유율 규제를 폐지하고,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한시적으로 합산규제를 연장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에는 5월16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사후적 규제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변하는 방송 통신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료방송을 큰 틀에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봐야 한다”며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고,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후적 규제 방안에는 위성방송의 공익성 확보 방안과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 위성방송의 공익성 확보 방안으로는 ▲위성방송의 허가 및 재허가 심사기준 강화 ▲공적 책임 강화 ▲소유지분 제한 등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독점 방지책 마련·기업 결합 시 다양성 보호 방안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서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구조 마련·설비 제공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결론 못 내린 국회…결국 공은 정부에
이에 일각에선 국회가 정부에 공을 넘긴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결론을 짓지 못한 국회가 관련 논의에서 탈출하기 위해 정부에 사후규제안을 마련케 하고, 이를 심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국회가 사후규제안에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요구한 만큼, 합산규제에 대한 결론은 재차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회는 최근 1년 간 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입법 권한을 방치했다는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IPTV의 케이블TV 인수로 요약되는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개편은 합산규제 도입 여부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합산규제의 주요 대상인 KT 진영은 규모의 경제를 키우려는 경쟁사의 인수합병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 케이블TV의 시장 탈출 전략도 일부 막히게 된다. 반대로 합산규제 재도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같이 국회의 판단이 미뤄질수록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의 인수합병과 같은 전략적 판단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관련기사
- 국회 과방위,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또 취소2019.04.16
- [기자수첩] 과방위,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2019.04.16
- 국회 과방위, KT 화재 청문회 다음달 4일로 확정2019.04.16
- 국회 과방위, 오는 22일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재개2019.04.16
합산규제 재도입 찬반 입장을 떠나 지난 1년간 급변하고 있는 방송통신시장의 흐름 변화와 달리 국회는 무책임한 태도로 방관했다는 지적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또다시 한 달 뒤로 합산규제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이라며 “정부의 사후적 방안을 검토한 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결론이 재차 미뤄질 가능성이 있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