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논의가 또다시 멈췄다.
국회는 지난달부터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했으나, 세 차례나 갑작스레 일정을 취소했다.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결정은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과방위)는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정보통신방송법안소위(법안2소위)를 취소했다. 이날 오전 개최될 예정이었던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1소위)도 함께 취소됐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20일 과방위 간사 협의를 통해 법안소위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위 개최가 결렬됐다”며 “향후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과방위는 지난달 14일 법안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법안소위 일정은 지난달 14일에서 25일로, 달을 넘겨 오는 22일로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야가 법안소위 개최를 취소함에 따라,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는 4월을 기다리게됐다.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등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여야 간사가 3월 내 법안소위 일정을 다시 확정하진 못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법안소위 취소의 배경으로는 과방위 여야 간사 간 입장 충돌이 지목된다.
당초 과방위는 법안2소위를 통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단일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추가 안건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됨에 따라 분위기가 냉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KT 청문회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차이가 법안소위 결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다음 달 4일 예정된 청문회를 통해 KT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자는 입장과 통신구 화재에 대한 안건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여야 대립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법안소위가 취소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T 청문회 개최 여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초 국회는 오는 27일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KT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의견 대립이 이어지면서 향후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관계자는 “다음 달 4일 KT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일정에는 아직 변동이 없지만, 당초 계획대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청문회 일정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와 같은 여야 갈등 상황이 이어진다면 27일 보고서 채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또다시 불투명해지면서 유료방송 업계는 기다림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케이블TV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 위한 경쟁사를 바라만 봐야하는 KT와 오는 7월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딜라이브는 초조하게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 내 1/3 이상 가입자를 점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가 각각 손을 잡으면서 IPTV와 케이블 간 M&A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이유느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 때문이다.
관련기사
- [기자수첩] 과방위,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2019.03.21
- 국회 과방위, KT 화재 청문회 다음달 4일로 확정2019.03.21
- 국회 과방위, 오는 22일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재개2019.03.21
- 과방위 또 'STOP'…합산규제 논의 일정 불투명2019.03.21
KT와 딜라이브가 멈춰있는 사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M&A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CJ헬로와의 기업결함 심사를 신청했다. SK텔레콤도 내부 논의를 정리한 후후 티브로드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정부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할 경우, 양사의 점유율은 24.43%로 업계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지 못한 KT 계열의 시장 점유율이 30.8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KT의 불안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