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합산규제, 또 미룰 일인가

데스크 칼럼입력 :2019/04/17 09:46    수정: 2019/04/17 09:46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입법 여부가 다음달 17일로 또 연기됐다. 올해만 벌써 세 차례다. 지난해 6월27일 합산규제가 일몰되기 전 이 같은 논의의 종지부를 찍었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는 1년 이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국회가 일몰된 지 1년 가까이 된 법안을 이제 와서야 재입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내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합산규제는 IPTV사업자가 특수관계자인 방송사와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1/3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사전규제’ 제도다.

따라서 국회가 합산규제 재입법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시장점유율 제한을 통해 사전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정부에 ‘사후규제’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스스로 사전규제가 불필요했음을 인정한 꼴이다.

합산규제 이슈는 사실 간단하다.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합산규제 일몰로 규제공백이 생긴 위성방송의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로 불거진 시장점유율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국회는 정부에 위성방송의 공익성 확보방안과 지역성 담보 방안을 마련하다고 요구했다. 이는 사각지대에 놓인 위성방송의 규제를 도입하고, 지역성 유지를 하겠다는 것인데 합산규제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국회 입법으로 만들어 놓은 법안을 정부에 등을 떠민 내용 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더욱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 등 방송통신업계가 인수합병(M&A)의 지각변동 앞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안일하다.

2008년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대비하고 글로벌 콘텐츠 사업 육성 등의 기치를 걸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폐합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방송법과 특별법으로 서비스를 허용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을 통합한 통합방송법 제정이었다.

합산규제 제도가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 한시적으로 방송규제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산규제 연기 논란은 10년 넘게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통합방송법만 제정했어도 불거지지 않았을 일을 그 하위구조에 있는 합산규제를 재입법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일은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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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청자들의 방송행태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넘어갔고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대다수 연령층의 미디어 시청도구로 자리 잡았음에도, 이제는 뉴미디어로 부르기조차 애매한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을 놓고 규제를 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법제도가 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이지만 합산규제 논란은 늦어도 너무 늦은 뒷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