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활성화 위해선 오라클 문제 풀어야"

"오라클 기술은 블록체인이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스마트컨트랙트가 많은 걸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는 이유도 오라클 기술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희는 보안 기술의 강점을 살려 오라클 사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백상수 아이오트러스트 대표는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세상을 꿈꾸며, 오라클 기술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오라클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나 오라클 사의 DB 시스템이 아니다. 블록체인의 밖에 있는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블록체인의 난제 중 하나인 데이터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흔히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체인으로 장부가 엮여 있어 개인이 임의로 어느 한 장부의 데이터를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번 블록체인 상에 올라간 데이터는 삭제도 위변조도 어렵지만, 처음 블록체인에 올리는 정보는 허위로 조작해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 입력 값부터가 이미 오염된 값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상에 저장·공유하는 일은 쓸모없는 일이 돼버린다. 오히려 블록체인에 올라온 오염된 데이터는 조작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백 대표는 "외부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게 블록체인 내부로 들여오는 일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오라클"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오트러스트는 이런 오라클 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일찍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일에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오라클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2020년까지 2년간 정부 지원을 받으며 오라클 기술을 개발한다.

■ "블록체인의 난제 '오라클 문제' 해결해야 블록체인 활성화 가능"

백 대표는 현재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로 오라클 기술의 개발 부진을 꼽았다. 스마트컨트랙트는 계약 조건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컴퓨터 트랜잭션 프로토콜을 말한다. 중개자 없이도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성립되는 특성으로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백 대표는 "스마트컨트랙트가 많은 걸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대부분 암호화폐 공개(ICO)시 토큰양 조절 정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오라클 기술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난제로 꼽히는 오라클 문제는 예를 들면 이렇다.

축구 경기 결과를 맞추는 사람이 보상을 받는 스마트컨트랙트가 있다고 가정하자. 미리 각자 예상하는 경기 결과를 스마트컨트랙트에 적어놓으면, 경기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값을 입력해 해당 결과와 일치하는 값을 써놓은 사람에게 배당이 이뤄진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결과가 발생하는 곳은 블록체인 내부가 아니라 블록체인 밖이라는 사실이다. 경기는 실제 현실 세상에서 일어나고, 현실 세상에서 일어난 그 결과는 누군가가 블록체인 안에 입력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때 '블록체인 밖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입력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오라클이다.

블록체인 밖의 결과 값을 블록체인 내부에 넣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백 대표는 그 과정에서 3단계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해당 결과를 믿을 만한 곳에서 가져왔는지, 즉 데이터 출처에 대한 신뢰다. 두 번째는 해당 결과 값을 가져 오는 도중에 누군가 바꿔치기 하지는 않았는지, 과정에 대한 신뢰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온 결과 값이 해킹을 당하지 않은 신뢰할만한 데이터인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단계가 존재한다.

백 대표는 "이 3군데의 보안이 모두 필요한데, 모두 각기 다른 기술을 써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라는 것을 증명한다"며 "그 핵심 기술이 바로 오라클"이라고 설명했다.

■ "오라클에 쓰이는 TEE기술 오랫동안 개발, 블록체인 환경에 딱!"

백 대표가 오라클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보안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이 결국 블록체인의 난제로 꼽히는 오라클 문제까지 이르게 했다.

그는 전 직장인 솔라시아(현 한솔시큐어)에서 신뢰실행환경(TEE) 기술 개발을 이끄는 사업 부장이었다. 초창기부터 TEE 기술 개발에 뛰어든 그는 국내에서 해당 기술 개발의 유일한 메인 사업 부장이었다. 하지만 백 대표는 "당시 TEE 기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지만, 모바일 환경의 복잡도 때문에 TEE 기술 상용화가 어려웠다"며 "지금도 많은 곳에서 TEE 기술이 쓰이긴 하지만 해당 기술로 성공한 사업자는 아직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잘 된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TEE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셋톱박스 등에 사용되는 기술로, 별도로 독립된 신뢰 환경을 만들어 보안이 필요한 작업을 해당 환경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현재 아이폰을 비롯해 국내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부분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TEE 기술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백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환경을 바라보며 TEE 기술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TEE 기술은 오라클 노드(블록체인 상 참여자·컴퓨터)의 보안성을 제공하기 위해 갖다 쓸 수 있다"며 "블록체인에 TEE가 쓰이는 걸 알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TEE 기술은 블록체인 안에 가져온 데이터 값이 해킹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때 사용된다.

그는 "작년에 이더리움기업연합(EEA)에서 현재 상황에서 상용화해 쓸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TEE를 주목했다"며 "블록체인 업계에서 TEE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이미 해당 기술을 받아들인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다"고 덧붙였다.

■ "IoT 보안에서 블록체인 거쳐 다시 IoT 보안으로"

아이오트러스트(IoTrust)는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물인터넷(IoT) 보안에 주력하던 회사다. 하지만 2년 전, 백 대표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현재는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암호화폐 지갑) 개발에 더 주력하고 있다.

그는 "4,5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이 실제 생활을 바꿀 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며 "알고리즘이나 방식이 익숙했고, 마치 장난같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백 대표의 생각은 바뀌었고, 지금은 블록체인이 바꾸게 될 인터넷 이후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시대가 오면 암호화폐 지갑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종합해 봤을 때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콜드월렛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아이오트러스트는 콜드월렛에 이어 오라클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그는 "콜드월렛 사업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벅찬데, 오라클도 만만치 않게 많은 인력이 들어가는 사업 분야"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사업이었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막연했는데 정부 과제로 마침 오라클 과제가 나와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라클 노드 안에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해, 토큰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 생각"이라며 "정부 과제도 그런 형태로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오라클 기술을 IoT 보안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결국, IoT 보안으로 시작해 블록체인을 거쳐 다시 IoT 보안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 "향후 오라클이 결정적으로 필요할 곳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오라클 기술은 IoT기기에서 생산되는 많은 정보들을 블록체인에 연결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오라클은 정보를 어디서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소프트웨어 오라클과 하드웨어 오라클로 나눠진다. URL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온라인 정보를 갖고 오는 소프트웨어 오라클이 있고, 자율주행차나 스마트 팜과 같은 곳의 데이터 센서를 통해 나오는 정보를 갖고 오는 하드웨어 오라클이 있다.

백 대표는 "가장 먼저 오라클을 적용할 부분은 스포츠 경기나 날씨와 같이 온라인에서 갖고 올 수 있는 정보"라며 "그 다음으로는 IoT 기기들에서 생산되는 많은 정보들을 블록체인에 올릴 때 TEE 기술이 적용된 오라클 제품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