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부터 스마트폰까지"…암호화폐, 이젠 지갑 전쟁

갤S10에 탑재하면서 관심…업계 "시장규모 확대" 기대

컴퓨팅입력 :2019/03/08 16:36    수정: 2019/03/08 18:46

최근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필수 기능이자 크립토 은행 역할까지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블록체인 킬러서비스로 점쳐진다.

이와 맞물려 암호화폐 지갑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높은 보안성을 내세우는 하드웨어 월렛부터 편리함을 내세운 웹브라우저·스마트폰 내장 월렛까지 다양한 방식의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사용자가 늘어나고 전체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이 블록체인 킬러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Pexels]

■ 망 분리로 안전한 보관 ‘콜드월렛’…"비싼 가격은 단점"

콜드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하드웨어 지갑이다. 높은 보안성을 내세워 암호화폐 지갑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해킹으로부터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산을 맡기게 되면, 해당 자산과 프라이빗키는 거래소의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된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 해킹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거래소 보안을 믿지 못하는 이용자들은 콜드월렛에 자신의 자산과 프라이빗키를 직접 보관하기도 한다.

콜드월렛의 대표 주자로는 렛저의 렛저나노S, 사토시랩스의 트레저가 있으며, 현재 출시된 국내 콜드월렛으로는 아이오트러스트의 디센트와 키페어의 키월렛, 현대페이의 카세 등이 있다.

렛저의 렛저나노S는 USB 타입으로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하며, 아이오트러스트의 디센트는 동글 타입으로 블루투스와 USB를 함께 지원한다. 아이오트러스트는 카드 타입의 콜드월렛도 이달 내 출시할 예정이다. 키페어는 USB 타입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카드 타입 콜드월렛을 제공한다.

조소영 아이오트러스트 전무는 “소프트웨어는 외부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공격 방법도 다양하다”며 “반면, 하드웨어 월렛은 가격은 비싸지만 보안성이 높은 스마트카드칩이 내장돼 있어 굉장히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 지갑은 자산 규모, 암호화폐 사용 목적 등에 따라 택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베리 지갑 (사진=비트베리)

■ 간편한 송금·결제 내세운 ‘모바일 월렛’…"선두주자는 카카오톡 연동 비트베리"

현재 대부분의 암호화폐 개인 사용자들은 안전한 보관을 위한 콜드월렛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한 핫월렛, 그중에서도 모바일 월렛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월렛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한 거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 모바일 월렛 대표 주자는 비트베리다. 두나무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루트원소프트가 개발했다. 비트베리의 특징은 프라이빗 키와 자산을 사용자에게 직접 제공하지 않고, 대신 보관하는 커스터디(Custody)형 월렛이라는 점이다.

최인욱 루트원소프트 CMO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프라이빗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려워한다”며 “실제로 개개인이 관리를 못 해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거나 해킹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베리는 사용자 프라이빗 키를 대신 보관하고 있다가 지갑에서 암호화폐를 인출할 시 핀 코드 등으로 인증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비트베리는 카카오톡과 연동해 암호화폐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전화번호만으로도 암호화폐 송금이 가능하다. 최 CMO는 “비트베리 앱을 지우거나, 핸드폰을 분실해도 카카오톡 로그인만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분실이 불가능한 지갑”이라고 소개했다.

비트베리는 사용자 자산을 대신 모아서 관리하는 만큼 보안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 CMO는 "콜드월렛 보관 권장 기준의 70%를 넘어 암호화폐 자산의 90%를 콜드월렛에 보관하려 한다"며 "현재 작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트베리는 핫월렛이면서도 콜드월렛처럼 운영한다”며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보안보다 회사 차원에서 더 안전한 보관을 하며, 콜드월렛이 들어갈 물리적 장소와 그에 따른 금고, 별도의 경비 시스템까지 모두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트베리는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디앱·DApp) 결제도 지원한다. 지난달 25일 디앱 결제가 가능한 API를 추가 공개해, 기존에 기업용 비트베리 API를 연동해 서비스하던 파트너 10개사에 간편 결제 기능이 추가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 접근성 탁월 ‘스마트폰·웹브라우저 탑재 월렛’…"서비스는 아직"

최근에는 암호화폐 지갑이 웹브라우저나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돼 나오기도 한다. 따로 암호화폐 지갑을 찾아 쓰기 귀찮거나 어려운 사용자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기기 또는 플랫폼만으로 쉽게 암호화폐 지갑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던 이용자들에게도 접근성이 높아지므로, 사용자 폭이 확대돼 암호화폐 생태계 자체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탑재될 암호화폐 지갑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갤럭시S10에는 프라이빗 키를 저장하는 키스토어가 비활성화된 상태로 내장돼 있다. 삼성 블록체인 월렛과 파트너사가 개발한 월렛은 향후 앱스토어에 올라갈 예정이다. 월렛을 내려받으면 키스토어에서 키를 불러와 암호화폐 결제, 송금 등의 기능이 이용이 가능해지고 디앱과도 연동될 전망이다.

하지만 언제쯤 갤럭시S10에서 암호화폐 지갑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은 갤럭시S10에서 월렛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없다”며 “삼성 블록체인 월렛과 파트너사 개발 월렛의 서비스 가능 시점을 현재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웹브라우저에서도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기도 한다. 이 역시 별도의 지갑 설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를 웹브라우저 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함이 극대화된 서비스다.

오페라의 안드로이드용 웹 브라우저에는 암호화폐 지갑 기능이 내장돼 암호화폐 보관부터 전송·결제까지 웹브라우저 안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지불결제 시스템과도 연동돼 코인베이스 커머스를 지원하는 온라인 전자 상거래 이용 시, 브라우저 자체에서 결제 서명 요청 창이 떠 간편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웹브라우저의 특성상 보안이 약하다는 단점이 존재하고, 오페라의 브라우저 점유율이 낮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암호화폐 지갑을 더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인욱 루트원소프트 CMO는 “암호화폐 지갑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이라며 “(암호화폐 생태계의) 1세대 헤게모니가 암호화폐 거래소였다면, 2세대는 지갑이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