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카드사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적용되면서, 카드사가 수익 보전을 위해 요구했던 일부 신사업 빗장을 금융위원회가 열어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을 겸영할 수 있게 하고, 기업 간 렌탈 산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신사업과 중금리 대출 관련 자산은 레버리지 비율 계산 시 제외해 레버리지 비율도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다만 금융위는 카드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동통신사나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법인 회원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16층 대회의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드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신사업 진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신사업으로는 여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카드사 겸영업무로 규정하고, 해당 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빅데이터 분석·제공·자문서비스를 부수업무로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드 회원의 소비 및 결제 정보와 가맹점의 매출 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강점을 활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신용정보법 개정 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카드사의 겸영업무로 규정할 예정이다.
카드사가 렌탈업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부수업무로 규정된 렌탈업에 대해 합리적인 취급 기준을 마련한다. 사업자 대상 렌탈에 한해 취급할 수 있는 물건의 제한을 없앤다는 복안이다. 사업자 대상 렌탈 시장은 AJ네트웍스·롯데렌탈·한국렌탈이 주로 영위하고 있다.
카드사 및 카드사 노동조합이 요구했던 레버리지 비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마이데이터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빅데이터 제공서비스 등 신산업이나 최고 금리 14.5% 이하인 중금리 대출의 자산을 레버리지 비율 산정 시 총자산에서 제외한다. 이 경우 레버리지 비율에 근접한 일부 카드사들도 증자나 신종 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게 금융위 분석이다. 현행 신용카드업은 6배, 신용카드를 제외한 여신전문금융사는 10배의 레버리지 비율 규제가 적용된다.
신사업 진출 허용과 레버리지 비율 산식 개정 등 '당근'을 제시한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과 법인 회원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엄명도 내렸다.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천억원이며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 비중은 70%를 상회해 수익 대비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에게 여행 경비 등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그 기준을 구체화한다. 법인회원의 경우 결제금액의 0.5% 수준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이 금지된다. 법인카드 표준 약관 제정 등을 통해 첫 해 연회비 면제도 금지토록 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도 입법 노력 등을 통해 카드사의 신산업 진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한편, 영업행위 관련 규제 합리화를 통해 카드사의 비용절감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드업계가 예전과 같이 마케팅 경쟁에 의존해 회원을 유인하고, 가맹점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태에 머무른다면 도도한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도태되는 비극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카드사도 보다 혁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최근 현대차가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며 일부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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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른 마케팅 비용 산정 방식 개편에 따라 카드 수수료가 인상 통보된 대형 가맹점들과 수수료 협상이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와 시장 참가자 모두 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 불공정·불합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카드수수료 관행을 바로 잡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도출된 방안은 2018년 11월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를 구성해 지난해 12월부터 논의해왔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