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대학으로 치면 종합대학이다. TV·가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세트 제품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까지 전후방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다. 그런만큼 글로벌 경제 사정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세트와 부품이 점점 같은 사이클로 돌아가는 요즘 들어 변동성이 더 커졌다.
이번 1분기 실적 쇼크도 이런 탓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갤럭시노트7' 사태가 있었던 2016년 3분기(매출 47조8천억원, 영업이익 5조2천억원)를 제외하고, 햇수로 4년 전인 2015년 4분기(매출 53조원, 영업이익 6조1천4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컸는데, 전년 동기 대비(15조6400억원) 대비 60%나 감소했다. 액수로는 9조4천억원이 줄었다. 우리 정부의 한해 추가경정예산(GDP 대비 0.5%)에 버금가는 금액이 사라진 셈이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악재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의외로 디스플레이(DP) 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發 패널 공급과잉과 애플發 '아이폰XS' 부진이 독이 됐다.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 따른 중소형 OLED 수요 감소도 치명타였다. DS 사업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은 1분기 6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전년 동기(4천100억원 흑자) 대비 1조원 가량이 빠진 셈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성기를 달리던 1분기 11조5천500억원에서 약 80% 이상 줄어든 3조7천억원에서 4조2천억원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전자는 2017년 1분기 9조9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7분기 연속 10조원대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이 기간 동안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7할 이상을 담당했다. 따라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기기는 사실상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 전망하는 반도체 경기는 '상저하고(上低下高)'다.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무역 갈등 해결이 임박했다는 것도 반도체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도 함께 침체기라는 점은 실적 회복을 더디게 하는 불안 요인이다. 무엇보다 신흥 시장을 놓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과 중가폰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따른 출혈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IM 사업부문은 1분기 2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1조5천100억원)보다 다소 개선된 수치지만, 전년 동기(3조7천700억원) 대비 2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3년 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6조7천억원)을 책임지기도 했다. 당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조6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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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실적 하락세가 당초 예상보다 컸다. 메모리 가격 하락폭과 중국발 패널 공급 과잉 등 시장 악화로 인해 수익이 크게 부진했다"며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위 4차산업 혁명이라는 미래 디지털 인텔리전스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데이터센터와 IoT, 자율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 D램 등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실적 회복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LG전자는 1분기 스타일러스,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HA) 사업 호조로 매출 14조9천159억원, 영업이익 8천996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 18.8% 감소한 수치다. 특히 H&A 부문 영업이익이 6천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H&A 부문 전년동기 영업이익은 4천572억원이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1천억원 후반대에서 2천억원 초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