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저작권 칼날, 구글·페북 심장 겨누다

저작권 침해 방지 의무화…링크 땐 세금부과

인터넷입력 :2019/03/27 11:07    수정: 2019/03/27 11: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터넷 암흑기의 신호탄일까? 저작권자 보호의 수호자가 될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럽 저작권지침(Copyright Directive)이 26일(현지시간) 유럽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348명 중 247명이 저작권지침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제 남은 관문은 유럽이사회.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등으로 구성된 유럽이사회 표결은 오는 4월9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유럽이사회 관문도 무난하게 넘어설 전망이어서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도입이 현실화됐다.

(사진=유럽연합)

■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의무화가 최대 쟁점

유럽의회를 통과한 저작권지침은 2016년 처음 제안될 때부터 많은 논란을 몰고 왔다.

저작권지침의 기본 문제의식은 저작권법이 그동안 보호해 왔던 각종 권리를 인터넷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된 조항은 링크세를 규정한 11조와 업로드 필터 설치를 의무화한 13조다.

링크세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금전적 이득을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조항의 주된 보호 대상은 언론사들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언론사들의 기사를 링크할 때마다 일정액을 지불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업로드 필터는 저작권 보호에 무게를 두는 조항이다. 콘텐츠를 올릴 땐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 문제의식이다.

유럽연합(EU)이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를 도입하려는 논리는 명확하다.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좀 더 명확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본사. (사진=씨넷)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는 법안이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이날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가 이번 법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 부담을 느끼는 것은 업로드 필터 의무화를 규정한 13조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를 침해했거나 음란한 콘텐츠를 걸러낼 의무를 지게 된다는 의미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앞으로 저작권침해 콘텐츠를 적절하게 걸러내면서 동시에 엉뚱한 차단 조치로 이용자들의 불편을 자아내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작물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운영했던 유튜브는 엉뚱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적잖은 비판에 휘말렸다. 특히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린 콘텐츠나 공정 이용 사례에 대해서조차 차단 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로드 필터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공정이용까지 위축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디지털 단일시장으로 시작된 유럽의 반격,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링크세도 논란 거리다. 유럽 저작권지침 11조에 따르면 앞으로는 뉴스를 링크할 경우 언론사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문제는 하이퍼링크가 언론사로 트래픽을 몰아다주는 효과도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인터넷의 최대 강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이 부분에 대해 “유럽 저작권지침이 겨냥하는 것은 자동으로 긁어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 타깃은 구글이다.

구글은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 링크를 자동으로 긁어간 뒤 구글 뉴스에 표출해준다. 유럽 저작권지침은 앞으로 이런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언론사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강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페이스북 (사진=씨넷)

이번 저작권지침에 대해 구글과 유튜브가 특히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4월9일 유럽이사회 표결을 통과할 경우 저작권지침은 본격적인 법제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EU 회원국들은 2년 이내에 저작권지침의 기본 원리를 자국 법에 녹여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EU는 ‘디지털 단일시장’ 구상을 시작으로 플랫폼 규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지침 역시 지난 해 적용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함께 EU가 미국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향해 빼든 중요한 무기다.

관련기사

과연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유럽의 거대한 야심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유럽의회의 이번 행보에 유난히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