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했던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균열이 생길까?
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80% 장악하고 있는 구글 아성에 틈이 생겼다. 유럽연합(EU)이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인정해 43억4천만 유로(약 5조6천억원) 벌금을 부과한 때문이다.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구글이 유럽에선 안드로이드 업체들이 플레이스토어나 검색 같은 자사 앱을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구글의 조치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 같은 단말기업체들도 유럽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판매할 때는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대형 안드로이드업체들이 자체 앱스토어를 탑재한 안드로이드를 내놓을 경우 구글 중심의 생태계가 약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도 이런 전망을 내놨다.
■ 대형 안드로이드업체들, 추가 라이선스에 어떤 반응 보일까
그 동안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어왔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플레이스토어나 검색, 크롬 브라우저 등을 기본 탑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 모바일 검색 시장에선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를 앞세워 브라우저 시장을 독식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MS에 대해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뺀 윈도를 공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구글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적용했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나 크롬 브라우저에 대해 별로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한 건 그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구글의 강력한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더버지는 “이론적으론 삼성이 갤럭시 앱스토어와 삼성 브라우저를 탑재한 갤럭시S9을 유럽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말은 그렇지만 실제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기 앱들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인기 앱들을 유통할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엔 울며 겨자 먹기로 구글에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삼성을 비롯해 모토로라, 소니, HTC, LG 등 대형 안드로이드업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대형 안드로이드업체들이 자체 앱스토어를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만들 수만 있다면 구글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MS 브라우저 약화시켰던 유럽 제재, 안드로이드엔 어떤 결과?
물론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 자체가 파편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엔 오히려 애플의 지배력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더버지는 “삼성이 갤럭시 앱스토어에 올인하거나, 그도 아니면 제3의 파트너사가 자체 서비스를 사실상의 안드로이드 앱 배포처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다음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EC가 요구하는 방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파이어 태블릿을 만들 때 안드로이드 기본 플랫폼만 가져다 썼다.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다른 기능은 자체 생태계로 해결했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를 자신들의 기기에 최적화한 뒤 ‘파이어 OS’라고 부르고 있다.
관련기사
- 안드로이드, 유럽선 더이상 '공짜' 아니다2018.10.19
- 구글, 'EU 5조6천억 과징금' 항소했다2018.10.19
- 유럽의 칼날, '구글 횡포' 끝낼 수 있을까2018.10.19
- 유럽서 '벌금폭탄' 맞은 구글, 어떻게 되나2018.10.19
아마존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단말기업체들이 이런 시도를 하는 건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다.
견고했던 MS의 생태계는 EC 제재 이후 급속하게 약화됐다. 과연 구글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