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준비 중인 토스가 컨소시엄 재구성에 나선다.
신한금융지주가 '토스뱅킹 컨소시엄'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향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힌 상태기 때문에 신한금융지주가 제안했던 주주들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예비인가 전까지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주주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 토스서 신한금융 빠져, 왜?
21일 비바리퍼블리카는 애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신한금융지주가 참여하지 않기로 해 이날부터 주주들과 만나 컨소시엄을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한 배경에 대해 "항간에 지분을 더 얻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 이유는 아니다"며 "비바리퍼블리카가 설립하려고 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델과 신한금융지주가 원했던 모델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우리는 쇼핑·배달·여행 등 생활밀착형 은행을 원했지만, 토스는 은행을 사용하지 않는 중소상공인 등 특정 타깃을 목표로 잡았다"면서 "(토스 측 구상은) 보편적인 은행 모델이 아니였다"고 덧붙였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존 은행이 다루지 않는 분야만을 취급하는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을 원했지만 신한금융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고자 했다는 게 두 업체의 입장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존 은행이 하지 않았던 '챌린저 뱅크'를 내세웠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은행과 토스뱅크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짜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한은행을 넘어서는 토스뱅크나, 신한은행보다 새로운 토스뱅크로 선전하는 것은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 토스뱅크, 주주 구성 전략 다시 원점
신한금융지주가 토스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현대해상·카페24·무신사 등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참전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10%이상의 자본금을 지원할 주력자인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나가면서, 자본 안정성면에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현대해상의 경우 성공이 불확실한 토스뱅크에 참전할 지는 미지수다. 카페24와 무신사는 생활밀착형 인터넷전문은행을 고수해 온 신한금융지주가 설득한 주주라는 점에서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기존에 없던 은행 모델 설립에 방점을 둔 만큼 다양한 스타트업의 합종연횡이 점쳐진다.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 카풀 관련 스타트업들이 토스뱅크 컨소시엄 쇼트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주주 구성을 다음 주 초까지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토스뱅크 설립 추진단이 이날부터 주말까지 주주들을 만나 새로운 전략과 인터넷전문은행 방향을 설명하겠다"며 "기존 주주가 그대로 갈 지 확답하기 어렵고 다음 주 초에는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소 자본금 250억원 조달 계획, 어떻게 되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위한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이는 최소 자본금일뿐 은행의 정상적인 운영과 설립 초기 적자 등을 감안하면 3년 간 1조원 가량의 '실탄'이 확보돼야 한다. 기업가치가 1조원인 '유니콘' 기업 토스가 재무적으로 모두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비바리퍼블리카는 클라이너퍼킨스 등 해외 벤처투자사로부터 지난해 1천400억원의 투자를 받아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액면가 200원의 주식이 1천600만5천395주 발행돼 있다. 주식 발행을 늘리는 등 재원 활용 수단이 적은 상태는 아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누적 투자액 등을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며 "자본금이 부족하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건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얼마나 참신한 인터넷전문은행을 내세워 주주들의 흥행을 이끌어낼 지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예대업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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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말 만큼 새로운 은행 모델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은행이 고객의 돈을 받아 실적을 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은행업 규제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려워서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사용자 범위를 좁힌 은행을 만드는 것이 금융의 보편성과 공공성에 배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달 26~27일 금융감독원은 일괄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