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이펙스 레전드, 재해석의 중요함을 말하다

재미에는 기존 요소의 재배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수첩입력 :2019/03/15 16:57

출시 90일만에 이용자 수 5천만 명 돌파. 리스폰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FPS게임 에이펙스 레전드가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흥행은 한국 게임업계에게도 큰 관심사다. 한국에 정식 서비스 될 것인지. 정식 서비스가 된다면 어느 게임사를 통해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 글로벌 흥행 열기를 한국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에이펙스 레전드를 두고 여러 질문이 따른다.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의 성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국 FPS 시장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세계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게임산업이지만 FPS 장르에서만큼은 유난히 서구권 개발사 영향력에서 벗어나지를 못 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 FPS 시장은 PC, 콘솔게임 시장의 밀리터리 FPS 장르 영향을 받아 태동했다. 카르마, 서든어택 등은 모두 메달오브아너, 솔저오브포춘 등의 영향을 받아 개발된 대표적인 게임이다.

에이펙스레전드.

밀리터리 FPS 문법을 차용한 서든어택의 성공 이후 다양한 게임이 출시됐다. 하지만 모두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 못 했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서든어택의 벽을 넘은 게임은 두 개. 오버워치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뿐이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명백한 서구 개발사의 게임이며,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펍지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게임이지만 그 시작은 아일랜드 개발자 브랜든 그린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 게임이다.

밀리터리 FPS 게임들과 오버워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까지. 한국 FPS 시장은 사실상 외국 게임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으며, 자체 기획력을 선보이지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성공을 보며 ‘한국에서는 왜 못 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게임이 대단히 독창적인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오버워치, 포트나이트 혹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콜오브듀티 등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게임들의 특징과 장점을 잘 조화해서 재미를 끌어낸 게임이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의 흥행요소를 차용하는 전략은 국내 게임사들도 그간 꾸준히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는 성공을 거뒀고, 국내 개발작 중에는 그런 사례가 남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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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스 레전드는 IP의 힘을 빌어서 성공한 게임도 아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에 성공한 게임도 아니다. 서양 게임 관련 매체들은 에이펙스 레전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기존 흥행요소를 재미있게 ‘재해석’ 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그간 한국 FPS 시장은 ‘재해석’ 없이 ‘차용’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