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FPS게임 에이팩스 레전드는 현재 세계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서비스 시작 8시간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서고, 1주일만에 2천500만 명을 돌파한 이 게임은 지난해 포트나이트가 일으켰던 충격을 넘어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역제한으로 인해 VPN으로 우회 접속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PC방 점유율 10위 이내에 진입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게임이다.
직접 즐겨본 에이펙스 레전드는 오버워치와 포트나이트,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향취가 모두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FPS 시장에서 뚜렷한 개성으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의 장점만 모두 가져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게임성을 지녔다.
확연하게 다른 각각의 스킬과 이를 활용한 운영법을 지닌 8개의 캐릭터로 FPS 대전을 펼친다는 점은 오버워치를 연상케 하며,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전략적 움직임을 이어가는 점은 포트나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오랜 기간 개발했던 인피니티워드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개발사이기에 에이펙스 레전드 역시 콜오브듀티 시리즈처럼 빠르고 시원시원한 교전 감각을 중시하는 게임으로 완성됐다.
개성 있는 캐릭터의 조합해 원하는 콘셉트의 팀을 만들고 이렇게 이뤄진 팀 여럿이 하나의 맵에서 ‘생존’을 목표로 싸운다는 점은 기존 FPS 게임 시장에 없던 것이다.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모두 익숙하지만, 이를 하나로 합쳐놓으니 이용자들에게 친숙함과 신선함 모두를 선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을 즐기며 특히 인상적인 요소는 UI였다. 빠르게 상황이 변하는 FPS 게임에서는 아군에게 상황을 빠르게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승리할 수 있다. 음성채팅 기능을 도입하는 FPS 게임이 많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에이팩스 레전드는 다채로운 핑 시스템을 통해 음성채팅이 없어도 아군이 상황을 공유하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틀로얄 요소를 지닌 FPS 게임 중 핑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은 에이팩스 레전드가 처음이다.
핑을 이용해 이동, 적 발견, 루팅 시작, 특정 지점으로 이동과 공격 및 방어를 지시할 수 있다. 적 흔적을 발견했으니 주의하라는 명령이나 의심스러운 방향을 경계하라는 지시도 내릴 수 있다. FPS 게임에서 필요한 소통을 핑 하나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종류의 핑이 준비되어 있어 이를 선택하는 게 불편할 것 같지만, 원하는 지점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대고 핑을 누르면 현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기능이 자동으로 선택된다. 하고 싶은 말을 찾아 허우적거릴 필요 없이, 마우스 휠을 한 번 누르기만 하면 대부분의 소통이 이뤄질 정도였다.
게임 진행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초반 파밍은 스쳐지나간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빨리 끝나며, 장착물을 줍는 순간 총기에 알아서 부착이 되기에 번거로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 맵의 크기도 크지 않아 교전이 시작되는 순간도 빨리 찾아오며, 쓰러진 아군을 부활 비컨으로 데리고 가 부활 시키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배틀로얄 장르 특유의 단점인 ‘느릿한 진행’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밸런스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캐릭터 밸런스와 총기 밸런스 모두 맞지 않았다. 레이스와 방갈로르가 유난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총기 역시 연사속도가 낮은 무기는 사실상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모든 캐릭터의 체력과 방어력이 동일한데 반해, 캐릭터 크기에 따라 피격판정도 같이 커지는 형태여서 덩치가 큰 캐릭터가 불리함을 안고 게임을 해야만 한다. 피격판정이 큰 캐릭터에게 체력과 방어력 이점을 주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개발진이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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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존재하는 재미있는 요소를 한데 모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타이탄폴 시리즈를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기존의 요소를 더 재미있는 결과물로 이끄는 성과를 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