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딜라이브 운명 걸린 '합산규제' 어디로?…법안소위 취소

국회 파행 영향…합산규제 논의하려던 과방위 법안소위 취소

방송/통신입력 :2019/02/22 12:41    수정: 2019/02/22 12:44

SK텔레콤과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 등 국내 유료방송 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KT와 딜라이브의 운명을 건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당초 오는 25일 예정돼 있던 정보통신방송법안소위(법안2소위)를 취소했다. 지속해서 이어지는 여·야 대립에 따른 국회 파행이 과방위 법안소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관계자는 “금일 오전에 합산규제 관련 법안 소위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간사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법안소위가 취소 됐다는 사실 외 다른 내용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 내 독과점을 막기 위해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2015년 도입됐던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됐다. 하지만 업계를 중심으로 합산규제가 재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회의 논의가 시작됐다.

합산규제의 칼날은 KT를 향해 있다. IPTV와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합친 KT 계열의 시장 점유율은 30.8%에 달한다. 압도적인 1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손을 잡으면서 유료방송 시장 내 지각변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친 시장점유율은 23.83%,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산 점유율은 24.43%다. KT가 ‘압도적인 1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케이블방송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다. 마침 적당한 매물도 있다.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딜라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KT는 합산규제가 일몰 이후 딜라이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케이블TV 인수 여부를 고민해왔다. 이때 KT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던 것이 ‘합산규제’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KT는 시장점유율 6.5%의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이를 고려해 KT는 합산규제에 대해 ‘미디어 시장 흐름과 맞지 않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의 합산규제 부활 움직임이 포착되자 KT는 유료방송 공정성 회복 방안이라면 명목으로 ▲KT스카이라이프 내 외부 감사 1명 선임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유료방송 인수 검토 중단 등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향후 국회가 법안소위가 합산규제 재도입에 찬성할 경우,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입장에 놓인다. 소위 이후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률이 통과돼 합산규제가 부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KT 입장에서는 입법 미비를 틈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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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 입장을 내놓을 경우, KT는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딜라이브 인수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국회 법안소위가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할 경우 KT가 자유롭게 케이블TV 인수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다만 합산 규제가 사라지더라도 1위 사업자라는 점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심사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