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날 땐 이렇게 클 줄 몰랐다. PC 시대를 지배했던 MS의 윈도 모바일 대신 무명의 안드로이드를 품고 세상 빛을 보았다. 첫 번째 작품은 실험작에 가까웠다. 두 번째 작품은 당시 '최고의 안드로이드폰', '명기(名器)'라는 평가도 받았다. 세 번째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굳히게 해줬다.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카메라, 방수방진, 엣지 디자인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많은 혁신을 담아내면서 진화했다.
#. 2010년 3월 처음 공개된 갤럭시S가 10년을 맞는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 시간), 한국 시간으로는 21일 새벽 4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Bill Graham Civic Auditorium)에서 갤럭시S10 언팩 행사를 연다. 이곳은 미국 경제의 자부심이자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와 지척거리다. 애플의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도 가깝다. 행사장인 빌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은 아이폰 6S와 7이 공개됐던 장소다. 그야말로 미국 IT 산업의 요람이자 애플의 안마당이다. 삼성이 굳이 샌프란시스코를 언팩 장소로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자는 여전히 삼성이며 애플의 콧대를 꺾어놓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삼성은 지난해 애플과 화웨이의 거센 공세 속에 시장점유율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전환점으로 삼아 '누가 스마트폰의 리더인가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애플이 석권하고 있는 북미 시장을 흔들겠다는 전략도 있겠다. 북미 시장,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아이폰 점유율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애플 친화 지역이다.
#. 10년 전 갤럭시S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지 못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iPhone)을 처음 들고 나온 지 3년 후에 세상에 나왔다. 퍼스트 무버 보다 패스트 팔로어에 가깝다. 애플과 7년 특허전쟁도 치렀다. '둥근 모서리', '밀어서 잠금' 특허 침해라는 아픈 상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지금 스마트폰의 퍼스트 무버로 치고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이 갤럭시S10과 함께 기존 스마트폰 폼팩터를 완전히 바꾼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칭)를 이곳에서 공개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폴더블폰은 데이터 통신 시대인 5G 미래 스마트폰 시장의 거대한 트렌드다.
#. 세계 유수의 IT-통신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개막 닷새 전에 그것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언팩행사는 여는 기업은 흔치 않다. 아마도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 미디어들도 삼성 언팩 행사를 먼저 챙기고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로 날아가야 한다. 새로운 10년을 지배하겠다는 삼성의 샌프란시스코 선전포고를 애플이 어떻게 지켜볼지 유독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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